서경골프 골프일반

한국이 키운 泰 '장타괴물'…LPGA 돌풍 '핵'으로

■웡타위랍, 혼다 타일랜드 준우승

300야드 초장타…1타 차로 2위

韓 코치·기업이 발굴하고 후원

KB금융 모자·국내브랜드 옷 입어

릴리아 부 22언더로 데뷔 첫 우승

'데일리 베스트' 고진영은 공동 6위

26일 혼다 타일랜드 4라운드 6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 하는 나타끄리타 웡타위랍. 웬만한 남자 선수와 맞먹는 볼 스피드로 가공할 장타를 날린다. AP연합뉴스26일 혼다 타일랜드 4라운드 6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 하는 나타끄리타 웡타위랍. 웬만한 남자 선수와 맞먹는 볼 스피드로 가공할 장타를 날린다. AP연합뉴스




한국 선수가 12명이나 출전한 한국 군단의 2023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대회에서 골프 팬들의 관심을 뺏은 것은 태국의 신예 나타끄리타 웡타위랍(21)이었다. 우승은 릴리아 부(미국)의 차지였지만 ‘장타 괴물’ 웡타위랍의 등장에 골프계가 술렁였다. 웬만한 남자 선수와 맞먹는 시속 160마일의 볼 스피드로 날아가는 드라이버 샷은 300야드를 넘나들었다. 공이 땅에 닿기 전 날아간 거리(캐리)만 270야드였다.



웡타위랍은 26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CC 파타야 올드 코스(파72)에서 끝난 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나흘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준우승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섰으나 1타를 줄이는 데 그친 바람에 버디만 8개를 잡은 부(22언더파 266타)에게 역전승을 내줬다. 부는 2019년 투어 데뷔 후 첫 우승. 우승 상금은 25만 5000 달러(약 3억 3000만 원)다. LPGA 멤버 자격으로 처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는 역대 최초 기록이 불발됐지만 웡타위랍은 초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리면서 올 시즌 돌풍을 예고했다.

웡타위랍은 LPGA 입학 시험인 Q시리즈를 공동 28위로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프로 전향 후 첫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태국 투어에서 이미 2승이 있으며 현재 자국 투어와 LPGA 투어를 병행하고 있다. 세계 랭킹은 470위. 이번 대회 출전 자격은 없었지만 스폰서 초청으로 나와 2·3라운드에 평균 드라이버 샷 290야드를 찍으며 단단히 눈도장을 받았다.

웡타위랍은 한국 기업이 후원하고 한국인 코치가 키운 선수다. 그는 KB금융그룹 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동남아 글로벌 사업 강화에 발맞춰 현지 선수 후원을 결정했고 수십 명을 검토한 끝에 아시아퍼시픽 아마추어선수권 준우승 경력의 웡타위랍과 지난해 초 3년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PXG 클럽을 쓰며 의류(어메이징크리)와 클럽 샤프트(몬스터)도 한국 브랜드다.




웡타위랍을 돕는 코치는 김진섭 프로다. 태국에서 7년 넘게 가르치고 있다. 키 176㎝에 팔도 길어서 장타에 타고난 조건을 갖춘 웡타위랍은 애칭이 ‘심’이고 300야드를 어렵지 않게 쳐서 별명이 ‘심 300’이다. 보기를 해도 한 번 웃고 잊어버리는 낙천적인 성격에 특히 불고기, 삼겹살,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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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한국여자오픈과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 각각 초청·추천 선수로 참가해 공동 29위, 컷 탈락의 성적을 남겼다. 당시와 비교해 쇼트 게임이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57%에 그치고 그린 적중도 61%에 머물렀지만 꽤 정교한 쇼트 게임과 퍼트 감으로 출혈을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보기 4개와 더블 보기 1개의 어지러운 라운드에도 버디 7개를 잡으며 무너지지 않았다.

최근 몇 년 새 태국 여자골프가 일으키는 바람은 태풍 수준이다. 2016·2018년 올해의 선수 에리야 쭈타누깐을 시작으로 2021년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자 패티 타와타나낏, 지난해 2승을 거둔 신인왕 아타야 티띠꾼에 이어 웡타위랍이 바통을 이어받은 모양새다. 지난해 합작 4승에 그친 한국 선수들은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고진영이 16언더파 공동 6위로 가장 잘 쳤다. 이글 1개와 버디 6개로 8타를 줄여 부와 같은 ‘데일리 베스트’를 쳤다. 나흘 간 그린 적중률 83%의 컴퓨터 아이언 샷이 돌아왔다는 게 특히 반갑다. 고진영은 지난해 8월 손목 부상과 함께 부진에 빠져 세계 1위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현재는 세계 5위다. 7개월 만에 톱 10에 든 고진영은 “나흘 내내 언더파를 친 것이 다섯 달도 넘은 것 같은데 눈물이 날 것 같다”며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성적이 증명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대회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1·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 넬리 코다(미국)도 공동 6위로 마쳤다. 김효주는 15언더파 공동 10위, 김세영은 12언더파 공동 20위다. 지난해 6월 전인지의 우승 이후 18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에 실패하면서 한국은 15년 만에 최다 연속 대회 ‘무관’이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종전 기록은 2013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이어진 17개 대회 연속 무관이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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