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학폭) 문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사임하면서 경찰 지휘부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한 총경급 경찰에 대한 ‘좌천 인사’로 지휘부에 대한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출신 중용’이라는 정부 기조를 거스르지 못하고, 정 변호사를 추천했다가 낙마하는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국수본부장 공석 사태에 폭증하는 내부 불만까지 이중고에 빠지고 있는 모양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정 변호사의 사의로 공석이 된 국가수사본부장 후임자 추천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외부 인사 영입을 위한 ‘재공모’에 들어갈지 또는 내부 인사를 임명할 지 등 기본 방향조차 잡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법령 검토와 관계부처 의견 청취 등이 필요하다”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다소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정 변호사의 사퇴로 경찰 내부는 동요하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정권의 눈치를 보며 인사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경찰청은 정 변호사의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에 대해 "사생활이어서 검증과정에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답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관계자는 “윤희근 경찰청장의 총경 인사와 국가수사본부장 인사에 대해 많은 경찰들이 ‘불공정하다’고 평가하고 있음에도 본인은 ‘공정한 인사’라고 했다”며 “경찰 내부의 판단과는 동떨어진 인식이 지속되고 있어 경찰 지휘부에 대한한 일말의 기대감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검찰 출신 인사의 재추천 여부다. 내부의 반발을 뚫고 정 변호사를 추천했던 경찰 지휘부는 다시 용산 대통령실을 쳐다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인사 검증 실패로 검찰 출신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무산된만큼 일각에서는 당장은 내부 인사가 기용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외부 공모를 다시 시작할 경우 절차 진행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될 수 있는데, 내부 발탁을 하면 수사 책임자인 국가수사본부장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차기 국가수사본부장이 경찰 조직의 안정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임기를 출발해야 한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찰 안팎에서 우종수 경기남부경찰청장과 최주원 경북경찰청장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누가 임명되더라도 경찰 내부 반발을 잠재우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경찰 지휘부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차기 국가수사본부장을 임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