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KB금융그룹이 KB국민은행을 통해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 사업 준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제한한 금산분리가 완화되고 겸업주의가 허용돼 비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면 곧바로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깨비충전’ ‘KB충전’이라는 명칭의 상표권을 각각 출원하고 전기차 사업을 준비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 및 아이템은 현재 조성 중인 관련 사내 벤처를 통해 논의·확정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전기차 사업 진출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을 비롯해 KB금융지주가 모빌리티 사업에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KB자산운용은 지난해 4월 현대차그룹·롯데그룹과 전기차 초고속 인프라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8월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 원을 투자하고 티맵모빌리티 지분 8.3%를 보유한 4대 주주에 등극하기도 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지난해 9월 창립 기념식에서 “모빌리티나 디지털자산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신사업 진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부동산·모빌리티 등 생활 금융 영역에서의 가시적 성과를 창출할 것”이라며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다만 이번에 국민은행이 준비하는 전기차 사업은 기존과 달리 금융이 아닌 비금융 사업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금융 당국의 ‘전업주의’ 기조에 따라 은행이 비금융 사업을 하는 것이 제한돼 있지만 전업주의 규제가 풀리면 비은행 사업을 확대해 비이자 부문 수익을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분사를 검토하던 다른 비금융 사업도 내부 사업화하기로 최근 전략을 수정했다. 현재 반려동물과 세무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 사내 벤처를 통해 내부 사업화 추진이 확정된 상태다. 당초 국민은행은 이들 사내 벤처를 독립시킨 뒤 지분 투자를 하거나 업무협약(MOU)을 맺는 형태로 비금융 사업 부문 진출을 도모할 계획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나 은행의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 요구 등이 나오고 있는 만큼 성급하게 분사하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내부 사업화할 수 있는 것들은 웬만하면 내부에서 소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전략 전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금융 당국 역시 은행의 비금융 사업 영위 제한 규제 완화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2일 해외 투자가 대상 간담회에서 “금산분리 등 제도를 유연화하고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금융사들이 비금융 사업을 직간접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부수 업무, 자회사 출자 규제 등의 개선 방법을 살피는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 출범식에서 “금융사의 디지털화를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고 대표적으로는 금산분리 규제가 있다”며 “업무 범위와 자회사 투자 제한을 개선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