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안보

강인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러 대공세 가능성에 종전 멀어져

美, 우크라 전폭적 군사지원 약속

러는 '신전략무기 감축' 중단 선언

'에너지 불안' 국제공조 확대해야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막고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해방시킨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해 ‘특별 군사작전’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넘었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전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에 놀랐고 이 전쟁이 일 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 다시 한 번 놀랐다. 안타깝게도 전쟁이 끝날 것 같은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올봄에 러시아의 대공습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교적 협상을 통한 종전 가능성은 더 요원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년(2월 24일)을 앞두고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인 군사·인프라 지원 방침을 약속했다. 이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1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첫 국정연설에서 미국과의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에 대한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6·25를 겪었고 안보와 공급망 붕괴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이처럼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속화된 에너지 전환 및 공급망 재건과 직결된 경제 안보 이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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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 년 동안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국들은 러시아 금융기관 SWIFT(국제은행 간 통신협정) 퇴출, 해외 자산 압류, 에너지 수입 제한, 대러 전략 물자 수출 금지,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시장 철수, 인적 교류 제한 등 일만 건이 넘는 강도 높은 제재 조치를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통계청은 2022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이 -2.1% 역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10%보다 훨씬 양호한 수치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 전쟁’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방의 제재가 단기적으로는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전쟁 발발 이후에도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이 대규모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유럽이 석유 수요의 25%, 천연가스 수요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 발발 이후 6개월간 러시아는 유럽에만 850억 달러를 판매했다. 또한 SWIFT 퇴출에 대비한 독자적인 지급결제시스템(SPFS) 구축, 일부 은행에 국한된 SWIFT 배제, 세계 5위 수준의 외환보유액, 대외무역에서의 루블화 결제 비중 제고 등으로 SWIFT 퇴출이라는 제재 조치가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서방국들이 지난해 1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배럴당 60달러)를 도입하면서 러시아 정부의 재정수입이 크게 줄고 있다. 러시아가 중국과 인도 등 원유 수출 대체국을 찾기는 했지만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재생에너지 생산과 에너지 수입원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

EU는 2030년까지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완전히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규정하고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수급 불안이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난방비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가 조삼모사식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에너지 안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방법과 적정 속도에 대해 국제적 공조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약 1조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전후 복구 사업과 공급망 재건, 그린 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는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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