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플랜트 계열사인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의 주가가 대형 수주에 따른 실적 개선에 힘입어 고개를 들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과 탄탄한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수주 경쟁력을 키운 영향이다. 여기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분야를 신성장동력을 키우면서 기업가치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4.3% 늘어난 10조543억원, 영업이익은 39.7% 증가한 702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순이익은 5953억원으로 전년보다 69.6%나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멕시코, 말레이시아와 중동 지역 대형 프로젝트 매출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면서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이 개선됐다”고 했다. 지난해 신규 수주는 약 10조2000억원을 기록해 목표치였던 8조원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호실적을 반영해 주가도 ‘뜀박질’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2만2250원대에서 24일 기준 2만6800원까지 치솟았다. 약 두 달만에 20% 이상 상승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세계적인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실적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모듈화·자동화 등을 앞세워 체질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모듈화는 플랜트 현장이 아닌 별도의 제작공장에서 사전에 모듈을 제작 및 조립 후 현장에서 설치만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날씨, 지형, 장비, 인력 상황 등 매우 가변적인 플랜트 건설 현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했다. 설계 자동화는 필수 설계조건 입력만으로 강도계산부터 설계도면까지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술이다. 설계자동화로 도면 작업시간 단축과 함께 오류나 단순실수가 줄어들면서 설계 품질 향상,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탄탄한 설계 역량을 기반으로 설계·조달·공사(EPC) 이외에 고부가가치 기본설계(FEED)까지 영역을 확대한 점도 주효했다. FEED는 EPC 앞단에서 초기 설계와 견적을 내는 등 플랜트의 전체 틀을 정하는 작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FEED와 EPC를 동시 수주하는 ‘FEED to EPC’ 전략을 앞세워 설계 최적화를 통한 비용·공기 단축에 나섰다. 지난 해 해외에서 수주한 말레이시아 쉘(Shell) 가스 프로젝트(약 8900억원)도 이 전략의 성과 중 하나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만든 플랜트가 심해가스전으로부터 뽑아 올린 가스에서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하며, 순도가 높아진 가스는 인근의 LNG 액화설비로 보내져 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번 수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했다.
든든한 수주 곳간에 힘입어 올해 전망도 밝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은 약 17조9000억원의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수주 12조원, 매출 10조5000억원, 영업이익 765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소?탄소 중립 관련 그린 솔루션과 환경 인프라 등 ESG 신사업을 지속 발굴해 미래성장동력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005490))·롯데케미칼(011170)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말레이시아 사라왁 청정수소 사업 개발이 대표적이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투자 포인트는 수주 풀(pool)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라며 “과거 경쟁입찰로만 이뤄져 저가 수주 등으로 우려되던 실적이 현재는 FEED를 수행하고 EPC로 전환하는 영업, 수의 방식이 더해져 안정적인 마진을 구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