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서경이 만난 사람] 김영환 충북지사 "의병장 리더십으로 혁신…충북을 첨단산업·농업·관광 테스트베드로"

충북 둘러싼 겹겹이 규제에 절박한 호소문…尹 대통령 '권한이양' 화답

바이오 등 첨단산업 투자 못하면 공멸…오송산단 추가부지 확보 사활

청남대, 대청호까지 연계 개발…에든버러 같은 세계적 관광지로 육성

김영환 충북지사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의병장 리더십으로 충북을 성장·혁신의 용광로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청주)=오승현기자김영환 충북지사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의병장 리더십으로 충북을 성장·혁신의 용광로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청주)=오승현기자




“대중동원적 사고의 틀에서 의병장이라는 생각으로 충청북도를 첨단 산업, 농업, 관광의 테스트베드로 혁신하려 합니다. 성장과 혁신의 용광로로 만들어 국가 발전의 전위부대가 되겠습니다.”



김영환(67·사진) 충북도지사는 18일 청주 도청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군인 공무원은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자발적인 협조를 끌어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시너지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학생·노동운동을 하다 정계에 뛰어들어 김대중 정부의 과학기술부 장관과 4선 의원을 역임했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을 맡았다 .

이날 그는 국가 경영 혁신의 청사진과 전략, 실행 방안에 관해 준비된 내공을 보여 ‘다음 대선 때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느낌을 줬다. 김 지사는 규제의 장벽 앞에서 절망해 1월 말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님 저 정말 미치겠습니다’라고 호소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취임해 새벽 3시에 일어나 공부하고 고민했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며 “대통령께서 처음에는 불쾌하셨겠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많은 지원 의사를 보여줘 이제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규제의 못을 빼고 낡은 사고와 관행을 타파하지 않으면 서서히 끓어오르는 물속에서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지사는 “칭기즈칸은 ‘성을 쌓으면 망하고 길을 열면 흥한다’고 했고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고 했다”며 “우리에게는 주요 5개국(G5)으로 도약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정리(청주)=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우선 의병장이라는 마음으로 도정에 임한다는 김 지사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과학기술 패권 전쟁과 탈세계화 흐름에서 우리가 경제·안보 등에 직격탄을 맞아 희망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0권의 시집과 26권의 책을 쓴 그는 “선비의 가문인 선산 김가인데 수양대군을 비판한 ‘조의제문’을 쓴 김종직 할아버지가 선조”라며 “운동권 시절에는 선비와 유림을 봉건 잔재라고 부끄럽게 생각했는데 잘못이다. 사실 그런 대쪽 같은 소신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50여 명의 의병장을 배출한 남명 조식 선생이나 제봉 고경명 선생, 안중근 장군, 김좌진 장군, 윤봉길 의사, 이회영 선생처럼 임진왜란이나 구한말·일제강점기 의병·독립운동에 투신한 선비들의 구국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대통령·기업·관료·군인 등도 열심히 하지만 의병이 힘을 보태지 않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 역동적인 상상력을 끌어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시골에서는 버리는 배추가 많아 충북 차원에서 이런 배추로 ‘못난이 김치’를 만들어 40%가량 저렴하게 파는데 이것이야말로 중국산 김치에 맞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병 운동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어쩌다 못난이 김치’는 최근 해외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김 지사는 김치·사과 외에 못난이 감자·고구마·복숭아·마늘 등도 내놓겠다고 소개했다. 내친 김에 충북에서 홈쇼핑을 할 것이라는 구상도 밝혔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리더의 덕목으로 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에 기반해 의병장과 장돌뱅이 리더십을 표방하는 도지사다운 발상이다.



그러고 보니 김 지사가 1월 말 규제 공화국에 직격탄을 날린 것도 자연스레 이해가 갔다. 당시 그는 “저의 절망이 대한민국의 비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탄했다.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만 TSMC에 밀리는 상황에서 배터리·바이오를 키워야 하는데 오송 3생명과학국가산단에 부지가 없어 첨단 산업을 추가 유치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이곳이 농업진흥지역이라 지켜야 한다는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논리로 첨단 산업 유치에 지장을 받고 KAIST 바이오캠퍼스 등 교육 시설을 유치하기도 힘들다는 얘기다. 또 청주공항에서 활주로 2개 중 1.5개를 공군이 쓰는 바람에 수출입에 필요한 화물기조차 띄우지 못한다며 조속한 활주로 확충을 호소했다.




과거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약 180만㎡)에서 인근 대청호의 수질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환경부 등이 식음료 판매와 숙박을 불허해 관광객을 유치하지 못하는 현실도 개탄했다. 수도권·충청권에 80%의 식·용수를 대느라 충북이 규제 폭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풀려나갈 기미도, 희망도 없다”며 “봄이 오면 충주와 대청호 앞에서 머리띠를 두르고 오송과 청주비행장 활주로에 드러누울 생각이다. ‘또 감방 가겠구나’ 하는 예감이 든다”고 했었다.

관련기사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보고 있다. /청주=오승현기자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0㎡ 집무실에서 밀린 업무를 보고 있다. /청주=오승현기자


하지만 그로부터 3주 뒤 인터뷰에서 김 지사는 “이제는 감방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 사이 윤 대통령이 시도지사에게 100만 ㎡ 내 그린벨트 해제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지방대 재정과 국공립대 전공과목 결정 권한 등 57개를 이양하기로 했다며 “대통령이 장관 등보다 훨씬 개혁적이라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의 대학혁신중심지원체계(RISE) 시범 사업을 수주해 도내 17개 대학과 첨단 산업, 연구소와 힘을 합쳐 교육 혁명과 경제 활성화를 이뤄내겠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그렇지만 ‘오송·청남대·청주공항 등 원했던 규제 혁신이 바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윤 대통령이 청남대 등 충북에서 한나절 이상 머물며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실천 의지를 보인 것은 ‘상상력을 뛰어넘는 일로 기대 이상’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처음 상소문을 띄웠을 때 대통령실과 공무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며 “대통령의 생각을 알고 신뢰를 얻었으니 나라의 근간을 바꿀 의견만 올리고 충북의 ‘멍에와 굴레’를 벗어던지는 일은 제가 감당할 몫”이라고 답했다.



김 지사는 “오송 3단지 바이오 특구는 대통령과 농식품부 장관이 허락해도 순차적으로 설계돼 목표하는 677만 ㎡ 규모를 조성하려면 2032년이나 돼야 할 텐데 (이 사이에) 해외 기업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의병장의 사고를 갖고 LH에 드러누워서라도 2025년까지 앞당겨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농식품부는 165만 ㎡ 정도만 조성하라는 입장이었는데 실상 농지의 70%가량에 추후 더 많은 보상을 노린 나무 심기가 이뤄졌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따라서 오송 산단으로 사라지는 농지보다 훨씬 더 많은 공유지·유휴지 등을 찾아내 농작물을 심는 운동을 도 차원에서 벌일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취임 이후 SK하이닉스·LG에너지솔루션·현대모비스 등 350여 개사와 30조 원가량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는 김 지사는 “충북은 전국적으로 2시간 내에 닿을 수 있다. 경부선 시대가 가고 충북을 관통하는 중부내륙선 시대가 온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도를 가리키며 이천-여주-충주-문경(내년 1월)-상주-김천-현풍-밀양-마산 등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선이 교통·물류·관광에서 뜰 것이라고 했다. 청주공항도 김천에서 민자도로를 뚫어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청남대에 상상력을 불어넣고, 문의문화재마을까지 구름다리로 연결하고, 대청호(72.8㎢)에 친환경선까지 띄우면 옛 스코틀랜드왕국의 수도였던 에든버러처럼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 수 있다”며 “디즈니랜드·유니버설스튜디오를 따로 유치할 필요도 없다”고 역설했다. 만일 대청호 수질이 오염되면 ‘저부터 곤란해질 것’이라며 철저한 오·폐수 처리를 실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한 뒤 남은 물을 반도체 공장에 쓰면 되지만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며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농식품부 등으로 칸막이가 쳐 있어 통합적 수질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워터그리드(ICT를 통한 수질 통합 관리) 구축과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간 수로 연결을 강조했다.



김 지사는 “21~22년 전 과기부 장관 시절 빌 게이츠와 손정의, 앨빈 토플러 등을 만나면 괜히 위축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며 자신감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그때 부산과학영재고도 만들고 여전히 현안인 이공계 홀대, 의대 편중 망국론을 펴며 의생명공학을 진흥하려 했으며 정보기술(IT)·과학기술·제조업 강국을 위한 소프트웨어, 기초 원천 기술, 소재 부품 장비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등 이미 갈 방향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인터뷰 말미에 ‘청산에 살리라’를 읊조린 뒤 “요즘 노래를 배우는데 간절한 마음으로 부른다. 이렇게 혁신을 꾀하겠다”며 “의병으로 선두에 서서 성장 동력 확충, 저출산,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He is…

△1955년 청주 △청주고 △1977년 연세대 치의학과 재학 중 투옥(20개월), 제적 뒤 노동운동 투신 △1988년 연대 치의학과 졸업 △제15·16·18·19대 국회의원(민주당 계열) △2001년 연대 경제학 석사 △2001~2002년 과학기술부 장관 △2016년 국민의당 사무총장 △1988·2004·2018년 치과 원장 △2020~2021년 미래통합당, 국민의힘 최고위원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특별고문

고광본 선임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