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기자의 눈] ‘스타트업 코리아’의 아이러니


“로톡이 ‘리걸테크’라면 야놀자는 ‘모텔테크’고 강남언니는 ‘메디컬테크’인가.”

2021년 말 법률 플랫폼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변호사 단체의 입장을 대변한 한 변호사는 이렇게 쏘아댔다. 변호사 광고 플랫폼인 로톡은 별 볼 일 없는 서비스라 ‘혁신’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도 했다. 이 특별할 것 없는 서비스가 변호사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신생 플랫폼을 바라보는 변호사 단체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단면이었다.



2년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로톡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수사 당국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은 대부분 로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모텔테크’ 운운하던 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크게 변화한 것이라고는 딱 하나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로톡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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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톡과 변호사 단체 간 충돌은 벌써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지속돼왔다. 정부를 비롯한 책임 있는 주체들은 지켜보기만 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나서겠다던 기획재정부는 약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국무조정실도 이제야 첫 논의를 시작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스타트업 코리아’를 화두로 들고나왔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든 지금 혁신 기업을 키워 당면한 위기를 넘어서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등 복합 위기를 돌파하는 일은 오로지 수출과 스타트업 활성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한 기업마저 전통적 질서에 막혀 시들어가는데 다른 혁신 기업이 더 탄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은 로톡 사태를 남의 일로만 느끼지 않는다. 정부가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건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규제의 벽 앞에서 몇 년간 신음하는 곳들이 있다는 현실 또한 정부가 살펴야 하지 않을까.

사진제공=로앤컴퍼니사진제공=로앤컴퍼니




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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