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 해소를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토스·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의 대출 비교 서비스에 입점한 지방은행들의 대출금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어 주목된다. 빅테크와의 제휴를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을 보완하면서 전국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한 것이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토스에 따르면 토스의 대출 비교 서비스에 입점한 5대 지방은행(광주·경남·대구·부산·전북은행)이 지난해 토스를 통해 실행한 연간 대출금은 1조 6015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251억 원에 불과했지만 3년 사이 6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2020년에는 4573억 원, 2021년 9532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연간 증가율은 2021년 108%, 2022년 68%를 나타냈다.
토스 애플리케이션 내 ‘대출받기’ 메뉴로 제공되는 대출 비교 서비스는 2019년 5월 금융위원회 혁신금융 서비스로 선정된 후 같은 해 8월 정식 출시됐다. 올해 2월 기준으로 58곳의 금융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대출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지방은행 중에는 광주은행이 2019년 9월, 경남은행이 같은 해 12월 입점한 데 이어 대구은행이 2020년 4월,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이 각각 같은 해 7월과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방은행들은 대출 수요가 본점 소재지 등으로 제한되는 경향이 크고 모바일뱅킹 월활성이용자수(MAU)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단점을 토스와의 협업으로 극복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지방은행의 MAU는 △대구은행 107만여 명 △부산은행 104만여 명 △경남은행 62만여 명 △광주은행 56만여 명 △전북은행 39만여 명 등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스타뱅킹 MAU가 1174만 명, 신한은행 쏠(SOL) MAU가 같은 기간 894만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지방은행의 모바일 앱 이용률은 시중은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비대면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MAU 1400만여 명에 달하는 토스에 올라타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토스 대출 비교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면서 각 지방은행들이 토스를 통해 실행한 원화 대출금 규모는 최근 2년 사이 적게는 2조 원에서 많게는 1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부산은행의 원화 대출금 규모는 2020년 말 약 45조 1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55조 원으로 약 10조 원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은행은 44조 원에서 50조 5000억 원으로, 경남은행은 32조 3000억 원에서 37조 3000억 원, 광주은행은 19조 9000억 원에서 21조 5000억 원, 전북은행은 14조 6000억 원에서 16조 9000억 원으로 일제히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대출 규모가 확대돼 대구은행의 수도권 대출금은 2020년 4조 8034억 원에서 2022년 7조 9851억 원으로 증가했다. 부산·경남은행은 같은 기간 규모가 1조~2조 원씩 커졌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지점망이 부족한 지방은행들은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만날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대출 비교 서비스는 대출 상품을 편리하고 빠르게 보여주는 만큼 플랫폼과 제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