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수출지수가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급증하면서 나빠졌던 교역조건이 해가 바뀌고는 수출 감소로 악화되는 국면으로 전환했다.
28일 한국은행은 올해 1월 수출금액지수가 110.50(2015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3% 하락했다고 밝혔다. 4개월 연속 하락으로 2020년 5월(-25.0%)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운송장비(8.5%) 증가에도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36.0%), 섬유 및 가죽제품(-29.6%), 제1차 금속제품(-24.9%)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출물량지수도 107.35로 전년 동월 대비 13.0% 떨어지면서 4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금액과 마찬가지로 2020년 5월(-14.8%) 이후 2년 8개월 만에 최대 폭 하락이다. 섬유 및 가죽제품(-27.9%),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18.7%), 기계 및 장비(-14.5%) 등이 크게 떨어졌다.
올해 수입금액지수는 164.46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내리면서 2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운송장비(40.3%) 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으나 제1차 금속제품(-19.0%)과 광산품(-4.0%) 등이 떨어진 영향이다. 수입물량지수도 135.25로 전년 동월 대비 1.2% 떨어지면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4.65로 전년 동월 대비 5.2% 떨어지면서 2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수출가격(-6.1%)이 수입가격(-0.9%)보다 더 큰 폭으로 내린 영향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의 비율로 우리나라가 한 단위 수출로 얼마나 많은 양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가격 변동만 고려하는 단점을 보완하는 소득교역조건지수는 90.87로 전년 동월 대비 17.5% 급락했다. 2009년 1월 이후 14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 지표로 그만큼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다. 교역조건이 악화되면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소비·투자 등이 부진에 경기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서정석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수출지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통신(IT) 경기 부진이 심화되면서 1월 수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으로 하락했다”라며 “소득교역조건지수도 IT 경기 부진으로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