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발생한 학교폭력(학폭) 심의건수가 2만 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기간 진행됐던 원격수업이 다시 대면수업으로 바뀌면서 한때 감소했던 학폭 심의건수가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에는 학폭 유형 중 신체폭력·집단따돌림·성폭력 외에 언어폭력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1학기 전국 초·중·고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9796건이었다. 2학기를 포함하면 2022학년도 학폭 심의 건수는 2만 건에 달할 전망이다.
학폭위 심의 건수는 코로나19 이전 연 2만∼3만 건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실시된 2020년 8357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하지만 대면수업이 재개된 2021년에는 1만565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증가했다.
학폭 유형 중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언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초4∼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 비중은 2021년에 41.7%, 지난해에는 41.8%로 높아졌다. 2013~2020년 조사에서 33∼35%대를 오갔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늘어난 모습이다.
신체폭력의 경우 10% 안팎에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는데 역시 대면수업이 늘면서 지난해 13.3%로 다소 높아졌다. 다만 2013년 10%가량이었던 금품갈취는 지난해 5.4% 수준으로, 2013년 9.2%였던 스토킹은 지난해 5.7%로 그 비중이 줄었다.
교육계에서는 스토킹과 성폭력 등의 경우 최근 수년간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면서 정부와 학교 차원의 대응책이 나오고 학생들 사이에서도 경각심이 생겼지만 언어폭력에는 이런 잣대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2017년 자율형사립고 재학 중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언어폭력을 가했던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자 A씨는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었고 심지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가해 사실이 확인되자 정 변호사 측은 아들의 학교폭력이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이었던 점을 방어 논리로 내세운 바 있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에 발생한 사안과 관련해서 사회적으로 우려와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그런 부분을 논의하겠다”며 “학교폭력 근절 대책을 3월 말 정도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