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타결에 대비해 국내 수산업 노동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IPEF에 강도 높은 노동 규범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 만큼 수산업 노동환경을 선제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강제노동과 외국인노동자 인권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이달 수산업 노동 현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기 위한 실태조사에 돌입한다. 구체적인 조사 대상은 원양업·양식업·염업 등 분야별 근무 환경과 선원법 등 국내 수산업 관련 제도다. 해수부는 8월까지 6개월 동안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 이르면 10월께 수산업 제도 정비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해수부가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IPEF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IPEF는 미국 주도로 지난해 5월 출범한 인도태평양 지역 경제협력체다. 협력 분야 중 하나인 ‘필러(Pillar) 1’에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노동 규범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1차산업으로 노동 의존도가 높은 수산업의 경우 IPEF 발효시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태조사는) IPEF가 국내 수산업 현장과 관련 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차원”이라며 “어느 산업 분야나 가장 큰 이슈는 외국인노동자와 관련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맥락에서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은 해수부의 우려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USMCA는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대체하는 협정으로 2025년 7월 발효된다.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중 가장 강력한 노동권 보호 조항을 명시했다는 평가다. 실제 USMCA에는 미국이 맺은 무역협정 중 최초로 강제노동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미국은 IPEF를 통해서도 강력한 노동 규범을 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014년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지적장애인을 감금해 수년간 강제노동을 시킨 ‘염전 노예’ 사건도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미 국무부는 2017년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강제노동을 방지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인신매매 방지 관련 등급을 20년 만에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은 경제적 이유에 따른 강제노동도 인신매매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해수부는 이달부터 10월까지 국제 노동 규범과 국내 제도를 비교·분석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국내 수산업 노동 제도가 국제 규범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사전에 파악해 개선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비교 대상은 국제해사기구(IMO) 케이프타운 협정과 국제노동기구(ILO) 어선원 노동협약이다. 케이프타운 협정과 어선원 노동협약은 각각 원양어선 안전 관리 강화, 어업 근로자 보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종합적인 제도 개선 방안은 내년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는 조사 결과에 따라 법 개정도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해수부 측은 “(IPEF) 회원국 간 조율에 따라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생길 수 있다”며 “미흡한 점이 있으면 관계 부처와 논의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