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출 청소년’으로 불리는 가정 밖 청소년이 쉼터를 나와 자립할 때 손에 쥐게 되는 전 재산이 400만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보육원 등 보호시설을 떠나 자립하는 ‘보호종료아동’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일 발표한 ‘2022년 시설퇴소청년 생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 퇴소 자립준비청년(만 19∼34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조사 대상은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1866명과 청소년쉼터를 퇴소한 자립준비청년(가정 밖 청소년) 267명 등이다.
특히 쉼터 퇴소 청년들의 평균 자산은 보호종료아동(851만79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94만8700원으로 나타나 쉼터 퇴소 청년들이 보호종료아동보다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 밖 청소년은 가정불화, 학대, 방임 등 원가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해 집을 떠나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으로 만 24세가 되면 퇴소해야 한다. 이들 중 60%는 원가정의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상태이며 퇴소 후 원가정 복귀를 계획하는 경우는 20%에 불과하다.
비슷한 연령대에 똑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들은 보호종료아동과 달리 퇴소 후 정부의 현금 지원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자립 후 5년간 매월 40만원의 자립수당을 받고, 아동이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정부가 입금액의 2배(월 최대 10만원)를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 등을 통해 퇴소 전 사회 진출에 필요한 초기비용을 어느 정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대부분의 쉼터 퇴소 청소년은 자립 비용을 혼자 힘으로 마련해야 한다. 2021년부터 청소년 쉼터에서 2년 이상 보호를 받은 청소년들에 한해 3년간 매월 30만원(올해부터 40만원)의 자립수당이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원가정이 기초수급가정이 아니면 디딤씨앗통장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주거 현황을 살펴 보면 쉼터 퇴소 청소년의 공공임대주택 거주 비율은 37.2%로 보호종료아동의 60.5%보다 낮았다. 반면 자립지원관 같은 복지시설 거주 비율은 쉼터 퇴소 청소년(16.2%)이 보호종료아동(9.6%)보다 높았다.
주거 보증금도 쉼터 퇴소 청소년이 평균 1733만원으로, 보호종료아동(3040만원)보다 낮았다. 보증금이 많으면 주거지나 주변 환경이 좋고 편리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쉼터 퇴소 청소년이 보호종료아동보다 열악한 환경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구진 분석이다.
이렇듯 쉼터 퇴소 청소년과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 내용에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들이 각각 다른 법률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현행에 따르면 ‘가정 밖 청소년’과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 청소년’은 각각 청소년복지지원법과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원을 받는다. 운영부처도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로 별개다.
아동복지법에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자립지원 근거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자립에 필요한 주거, 생활, 교육, 취업 지원, 자립수당 지급 등이 명시돼있다. 반면 청소년복지지원법에는 자립지원 수당을 포함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그렇다 보니 예산 확보나 관계부처 협의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을 통해 가정 밖 청소년들에 대한 자립수당 지원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관련 내용을 명시한 청소년복지지원법 개정안 총 6건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김희재 서울시립청소년자립지원관 관장은 “보호종료아동은 사회가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 지원체계가 상대적으로 먼저 발전했고, 가정 밖 청소년은 아직도 ‘문제 청소년’이라 집을 나왔다는 편견 때문에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있다”며 “이 아이들은 살기 위해 집을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가정이 있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사회가 보듬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