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폐장 1시간 앞당긴 이마트…더 늦게 닫는 4곳은 어디

4월 3일부터 폐장 오후 11시→10시

왕십리·자양·용산·신촌점은 10시 반까지

24시간·연중무휴 '확장기' 시절 지나

워라밸 확산·e커머스·편의점 등 변화

밤 방문 고객 매년↓ 소비 패턴 바뀌어

오후2~6시 피크타임 집중 공략 방점

단축으로 아낀 비용 상품개발에 투입

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 제공=이마트이마트 서울 성수점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 제공=이마트




이마트(139480)가 4월 3일부터 전국 점포의 영업 종료 시간을 종전 오후 11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앞당긴다. 야간 방문객 및 매출 비중이 감소함에 따라 고객이 많이 찾는 ‘피크 타임’에 집중해 매장 운영을 효율화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 빨라지며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소비 패턴이 변화하는 가운데 심야 시간 핵심 판매 채널의 무게 중심도 대형마트가 아닌 편의점·배달·e커머스 등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운영 시간의 선택과 집중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점포 수를 가져가며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이마트가 이 같은 변화에 나섬에 따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마트는 오는 4월 3일부터 전국 점포 136곳 중 132곳의 운영 시간을 오전 10시~오후 10시로 변경한다고 2일 밝혔다. 현재 66곳이 밤 10시에 문을 닫고 있는데, 이들 점포는 이 체제를 앞으로 계속 유지하고, 11시까지 열던 나머지 점포들은 4월 3일부터 새 폐장 시간을 적용한다. 단, 야간 방문객과 유동 인구가 많은 왕십리·자양·용산·신촌점 네 곳은 오후 10시 30분까지 영업한다.

이마트 국내 점포 현황 및 연도별 증감/자료=이마트 2022년 실적 IR자료이마트 국내 점포 현황 및 연도별 증감/자료=이마트 2022년 실적 IR자료


‘오전 10시 오픈, 오후 11시·12시 폐장’은 이마트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들이 오랜 시간 유지해 온 운영 방식이다. 국내 유통시장에서는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을 시작으로 ‘대형마트’라는 채널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여기에 창고형 할인 매장까지 대기업 유통사를 등에 업은 마트들은 2000년대 들어 ‘24시간 연중무휴’를 앞세워 공격적인 점포 확장 및 매출 증대에 주력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중소유통업·전통시장 보호를 이유로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이 시행되면서 대형마트의 심야(0시~오전 10시) 운영 제한·매월 이틀 의무 휴업 제재가 생겼고, 이때부터 업계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1시·12시로 굳어졌다. 이마트의 경우 2018년 마트 직원 주 35시간 근무 도입으로 자정까지 영업하던 일부 매장 폐장 시간을 앞당겨 전 점포 마감을 오후 11시로 바꿨다. 이후에는 코로나 19로 한시적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했다가 이전으로 되돌리거나 계절 요인(동절기)을 반영한 일부 조정만 진행했을 뿐, 일괄 변경은 없었다.



이번 이마트의 영업시간 조정은 점포 운영의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고객의 소비 패턴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이뤄졌다. 주 52시간 근무가 정착되고 일과 생활의 균형, 이른바 ‘워라밸’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퇴근 시간이 빨라짐에 따라 마트를 찾아 장 보는 시간대도 앞당겨진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오후 10시 이후 이마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만든 매출 비중은 2020년 4.4%에서 2022년 3.0%로 줄었다. 야간 방문 비중이 감소한 반면 ‘피크 타임’이라 불리는 오후 2~6시 고객 집중도는 높아졌다. 2020~2022년 시간대 별 매장 매출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오후 2~6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에는 일 매출의 40%가 이 시간대에 나왔고, 주말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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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 및 비용의 효율화’가 대형마트에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인 측면도 있다. 온라인 커머스 확산으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의 입지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심야 수요는 편의점과 배달 플랫폼에, 새벽 및 이른 아침 수요는 새벽·신선 배송에 특화한 e커머스에 흡수됐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연간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5.7%를 기록, 16.0%인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에 밀렸다. 둘의 비중이 역전된 것은 산업부가 통계를 공표한 이래 처음이었다. 2022년 통계에서도 편의점(16.2%)이 대형마트(14.5%)보다 비중이 컸으며 둘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개별 마트들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하는 상황에서 과감한 선택과 집중으로 마트에 대한 고객 수요가 높은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사진 제공=이마트서울 성수동 이마트 본사/사진 제공=이마트


이에 이마트는 고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적극 공략해 상품 경쟁력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당장 영업 시간 조정으로 아낀 전기·가스료 등 비용도 이 부분을 강화하는 데 투자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보장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상품 소싱 및 개발을 확대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며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상품 경쟁력을 높여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비 부담 완화 효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이번 조정으로 직원들의 근무 환경도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영업 시간 조정은 영구적인 것은 아니다. ‘쓱세일’ 같은 대형 행사와 여름 휴가철을 비롯해 전체 고객이 늘고 야간 방문 비중이 커지는 시기에는 한시적으로 영업 시간을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고객들의 소비 패턴 변화를 기반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고자 영업시간 조정을 시행한다”며 “고객과 임직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통업계 변화를 선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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