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하면서 점점 시간의 중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시간이 흐르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이제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마음이 편안해지니 곡을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정명훈)
어느덧 70세를 맞이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475년 전통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한국을 찾았다. 4년 만의 내한 공연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함께 해 클래식 팬들의 기대감을 드높이고 있다.
2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는 ‘창단 475주년 기념 정명훈&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피아니스트 조성진 협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정명훈은 “드레스덴을 맡은 지 20년이 됐다”며 “이번 공연은 중국·일본 등 공연 없이 한국에서만 단독으로 여는 공연이라 더욱 뜻깊고, 우리 음악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좋다”라고 말했다.
이번 내한에서 열리는 6회의 공연 중 4회의 공연은 조성진의 협연이 함께 한다. 2일에서 5일까지 세종예술의전당·롯데콘서트홀·아트센터인천·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조성진과 정명훈은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 조성진은 “계속해서 드레스덴과 차이코프스키 협주곡 호흡을 맞춰 왔고, 독일에서 가장 잘 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정명훈 선생님과도 여러 번 협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유명한 곡이라 할 때마다 부담이 되지만, 이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할까를 생각하기보다는 음악의 본질을 더 이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악기가 중요한 협주곡인데 드레스덴은 현악기 소리가 벨벳과 같이 깊은 소리가 난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6·7일 예술의전당 공연에서는 브람스 교향곡을 1번부터 4번까지 전부 연주한다. 정명훈은 “브람스는 지휘를 많이 해 봤지만 아무리 해도 모자람을 느꼈다”며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좀 나아진 것 같은데, 브람스가 이 곡을 쓴 나이가 되니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브람스 심포니 공연때 함께하지 못해 못 들어서 아쉽다”고 밝혔다.
정명훈은 한국 클래식계의 발전이 놀랍다고 말하며 조성진과 후배들을 칭찬했다. 그는 “K팝·영화 등 우리 나라 문화 수준이 발전하고 있는데 클래식도 똑같이 잘 가고 있어 좋다”며 “조성진은 13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 없이 겸손하게 길을 제대로 가고 있어 흐뭇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함께 내한한 에이드리언 존스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대표는 정명훈에 대한 존경심을 계속해 표현했다. 그는 “정명훈은 연주자들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 앙상블을 구현해낸다”며 “연주자들 모두가 정명훈을 존경하고, 이번 공연도 그의 70세를 기념해 내한온 것”이라고 밝혔다.
정명훈을 “클래식이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담회 내내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긴 시간을 들여다볼수록 의미가 깊어지는 클래식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클래식만이 가진 시간을 뛰어넘는 깊이가 우리 생활의 밸런스를 맞춰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