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시그널] 부채 고려 없이 반쪽운용…'대체투자' 늘려 안전판 확보해야

[2023 연중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3부 연금개혁 앞만 보고 가자-< 3 > 시급한 운용시스템 혁신

보험료 인상·재정투입 압박 우려에

부채 규모 명확히 설정 않고 운용

기금수익 변동성 높이는 위험 초래

시장 상황 나빠도 안정 수익 가능한

대체자산 투자 비중 확대도 급선무





국민연금공단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운용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금 규모가 900조 원 아래로 하락하자 운용 능력 혁신이 연금 개혁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우선 부채와 자산을 모두 고려할 수 있는 명확한 운용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자인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연금 급여, 즉 부채가 얼마나 될지 정확히 모른 채 자산 운용에 나서고 있어 기금 수익 변동성을 높이고 기금 소진 위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함께 지난 한 해 세계적으로 주식과 채권 투자 수익률이 동시에 추락하는 사태를 맞았지만 플러스(+) 수익률로 건재를 과시한 부동산·사모펀드 등 대체투자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빠르게 확대하는 것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보험료, 인구 변화 고려 없는 ‘반쪽 운용’=국민연금은 급여로 나갈 돈을 일부만 쌓고 나머지는 미래 세대가 부담하는 부분 적립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낸 돈을 고령층이 일부 받아가고, 일부는 적립하는 방식을 병행한 것이다.

그러나 부과식은 인구 증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인구절벽 위기가 다가올수록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의존도는 커지게 된다. 실제 기금운용본부가 국내외 주식·채권과 부동산·사모투자 등 대체자산에 투자해 거둔 수익은 900조 원의 전체 기금 가운데 50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에서 인구 변화나 보험료율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어 키워가야 할 ‘자산’인 운용 목표 수익률이 불분명하고 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이 명확해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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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 투자정책전문위원장은 “부채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목표 수익률이 불명확한 상태”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기금 운용 의존도만 키우며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이 부채 규모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것은 보험료를 높이거나 정부 재정 투입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연금 재정이 부족한 한국은 미래로 갈수록 가입자가 내는 돈은 늘지만 돌려받는 돈은 감소해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수익만 좇으면 연금 고갈 위기에 취약=부채를 고려하지 않은 기금 운용의 더 큰 문제는 최대 수익만 좇다가 변동성을 놓칠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급여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기금의 자산·부채 통합 관리(ALM) 분석’ 보고서에서 가입자 비율이나 보험료율 등 제도 변수에 따른 부채를 적용하면 기금 운용이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료율이 오를수록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줄이고 국내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기금 소진 확률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현행 중기 자산 배분은 해외 주식 비중을 높이고 국내 채권 비중을 낮추는 방향이다.

부채와 자산을 장기적으로 고려하면서 ALM을 적용하기 위해 기금 운용 자산 배분 체계에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준 포트폴리오 아래 전략적 자산 배분과 전술적 자산 배분을 두는 3단계 기금 운용 체계를 갖추자는 얘기다. 기준 포트폴리오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단순한 구성비로 기금 운용의 장기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전략적 자산 배분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다. 1~2명의 운용역이 결정하는 전술보다 자산별 배분에 따른 투자 전략이 전체 기금 운용 수익을 이끌어온 만큼 부채를 고려해 자산 배분의 방향을 설정하고 적절성을 따지는 일이 중요하다고 연금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위원은 “운용의 시작부터 제도 특성을 반영하는 ALM 운용 체계가 확립되면 안정적인 운용 수익을 올리면서 제도 개혁의 추진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안 좋아도 수익 내는 대체투자 확대 기반 다져야=900조 원 기금 운용의 근간을 혁신하면서 전체 운용 자산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키우는 것도 급선무로 평가된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부문은 지난해 -8%대 수익을 기록한 전체 운용에서 8%에 이르는 수익을 홀로 일궈내며 기금의 버팀목이 됐다. 국민연금도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절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대체투자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비중은 16.4%로 2021년(12.6%)과 비교해 3.8%포인트 증가하며 대체자산이 146조 23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조 원가량 늘었다.

다만 대체자산 투자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만큼 고급 인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된다. 투자 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사가 지방에 있는 한계를 극복하면서 대체투자를 늘리려면 운용 인력 확대와 처우 및 연봉 등에 획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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