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섬유유연제 시장에 지각변동 전운이 감돌고 있다. 2018년 P&G '다우니'에 시장 1위를 내준 LG생활건강(051900) '샤프란'이 무(無) 미세플라스틱을 내세워 뒤를 바짝 추격하면서다. 액체세제부터 섬유유연제까지 외국 브랜드가 '한국 세탁실'을 꽉잡고 있는 가운데 국산 브랜드가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규모는 38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6% 성장했다. 2017년과 비교해서는 22% 늘어난 규모다.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규모는 3000억 원대 초반을 유지하다 2020년부터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세탁기 등 가전을 구매하는 가구가 많아진 데다 건조기 보급률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휴지처럼 뽑아 쓰는 시트 섬유유연제가 건조기용으로도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 대로라면 올해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규모는 4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섬유유연제 시장 1위는 지난해 기준 35%의 점유율을 기록한 다우니다. 강한 향기를 앞세운 다우니는 2018년 샤프란을 제치고 5년 간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 샤프란도 무서운 기세로 뒤를 쫓고 있다. 샤프란 점유율은 2019년 32%에서 지난해 34%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다우니는 36%에서 35%로 점유율이 줄며 두 브랜드 간 격차가 좁혀졌다. 3위는 '피죤'으로 지난해 16%를 기록했다. 30년 간 선두권을 달리던 피죤은 2010년 샤프란에 1위를 내어준 뒤 직원 청부폭행 등 오너일가 논란에 휘말리며 이미지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생활건강이 1위 탈환을 위해 꺼내는 카드는 친환경이다. 샤프란은 2018년부터 모든 제품에서 '향기 캡슐'로 불리는 미세플라스틱을 제외하며 친환경을 강조해왔다. 일부 미세플라스틱이 물에 녹지 않아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잇달았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2021년부터 미세플라스틱이 함유된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제조를 금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20~30대를 중심으로 친환경이 소비의 기준이 되는 '가치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샤프란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프리미엄 브랜드인 '샤프란 아우라'에서 건조기용 시트 섬유유연제와 의류관리기 전용 섬유 스프레이 등을 출시하며 제품군을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에 질세라 다우니도 2020년 전 제품에서 미세플라스틱을 제거하며 친환경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다우니에 들어있는 미세플라스틱의 경우 2026년까지 금지 유예 대상이었지만, 선제적으로 향기캡슐을 없앴다.
한편 세탁세제의 경우 지난해 독일 헨켈의 '퍼실'이 17.7%로 1위를 차지했다. 퍼실은 2018년 LG생활건강의 '테크'를 제친 뒤 4년 간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2위 테크(점유율 15%)의 뒤를 애경산업의 '리큐'가 점유율 14.7%로 뒤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