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막을 수 있었다" 그리스 열차 충돌 참사에 시민 분노…사망자 57명↑

슬픔에서 분노로…"사고가 아니라 살인이다"

아테네·테살로니키·라리사 등 이틀째 항의 시위

철도·지하철노조는 24시간 파업 선언

현대화 지연·인력난 등 만성적 관리 문제 방치해

2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지난달 28일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에 분노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고 희생자 대다수가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20대 대학생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날 시위 현장에도 희생자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EPA연합뉴스2일(현지 시간) 그리스 아테네에서 지난달 28일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에 분노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고 희생자 대다수가 황금연휴를 즐기고 귀향하던 20대 대학생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날 시위 현장에도 희생자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EPA연합뉴스




57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그리스 열차 충돌 사고가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 2일(현지 시간) 약 700명의 시민이 모여 정부와 철도 회사의 사고 책임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이날 악천후를 무릅쓰고 헬레닉 트레인 본사에서 의회까지 행진하며 "이 범죄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전날에도 아테네, 사고 현장 인근 도시인 라리사, 사고 열차의 목적지였던 테살로니키 등에서 동시다발적 시위가 벌어졌다.



헬레닉 트레인은 사고 열차가 소속된 그리스의 주요 철도 회사다. 전신인 트레인OSE는 2017년 그리스 정부가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이탈리아 기업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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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영화한 뒤 약속했던 철도 현대화 계획을 방치한 헬레닉 트레인의 만성적 관리 태만이 참사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이번 충돌 사고는 철도 선로 조작 업무를 자동화 시스템 없이 오직 직원 개인에게 의존한 결과 '실수'로 발생했다. 그리스 경찰은 여객열차를 잘못된 선로로 보낸 라리사 역장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 로이터통신은 "그는 훈련을 마치고 라리사 역에 배치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상태였다"며 업계에서는 신입 역장을 라리사 같은 중앙역에 혼자 배정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고 전했다.

그리스에서는 이번 참사를 초래한 배경이 역장 개인의 과실을 넘어 정부의 방관과 철도사의 관리 태만에 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그리스 철도·지하철 노조는 "직원 증원, 훈련 강화, 특히 현대적 안전 기술 도입을 오랫동안 요구했지만 제안서는 항상 휴지통에 버려졌다"며 이날 하루 동안 파업을 선언했다.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 2일(현지 시간) 모여든 시위대.AFP연합뉴스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헬레닉 트레인 본사 앞에 2일(현지 시간) 모여든 시위대.AFP연합뉴스


민심이 들끓자 아니어서 이코노무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그리스의 철도 사업이 "고질적인 공공부문 병폐"에 시달리고 있다고 인정했다. 영국 가디언은 그리스 정부가 철도 시스템 현대화 작업이 지연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처음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시신이 추가로 수습되면서 2일 기준 사망자는 57명으로 늘어났다. 수색 작업이 종료되더라도 정확한 희생자 신원 파악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소방 당국은 "사고 초기 발생한 화재로 1호 객차 내부 온도가 섭씨 1300도까지 올라가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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