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2018년 악몽 재현되나…공급망 축소에 해운업 또 위기 직면

글로벌 공급망 축소·反세계화에

서비스 수출액 30% 차지 해운업 직격

조선·철강·항만 등 연관산업도 흔들

HMM 민영화도 장기화 전망





해운업은 국내 최대 서비스 수출 산업이다. 지난해 해운업 수출액은 383억 달러로 전체 서비스 수출액의 29%를 차지했다. 철강 산업 수출액과 비슷하다. 특히 해운업은 조선·철강·항만·물류와 같은 굵직한 전후방 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어 해운업이 흔들리면 파급효과가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운 업계 침체에 대해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자국 중심의 공급망 단축으로 인한 중장기적인 물동량 감소 추세라고 평가한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는 “미중 분쟁으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에서 중간재를 들여오기가 껄끄러워졌다”며 “제조업이 부족했던 미국도 글로벌 기업의 공장을 자국에 세우게 하면서 교역이 점점 필요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면 우리 해운사가 수천 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2018년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



각국 정부가 공급망을 최대한 줄이고 자국으로 생산 기지를 유치하면서 해운 산업이 쪼그라드는 것은 글로벌 공통 현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 시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반짝 호황’이 사그라들며 글로벌 해운 업계에 침체 공포가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이토스발틱해상운임지수(FBX)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노선의 운임은 컨테이너당 123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 이상 폭락했다. 전미소매협회(NRF) 역시 지난달 미국의 해상 수입 규모가 전월 대비 12%, 전년 대비 26% 줄어들었다. WSJ는 머스크와 MSC는 아시아-미국 노선 물량 중 3분의 1 이상과 아시아-유럽 노선 물량 중 약 20%에 대한 수송이 일시 중단됐다고 전했다. 중국 선전항의 업계 종사자는 “미국이 중국 상품 구매를 중단함에 따라 올해는 최악의 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은 조선·철강 등 다양한 전후방 산업과 교류하고 있는 국내 대표 산업이다. 해운사가 조선사에 선박 발주를 하면 조선사는 제철소에 대규모 강재를 주문한다. 제철소 역시 철광석 등 운송을 위해 해운사와 거래한다. 국내 항만 물동량만 연 15억 톤으로 국내 항만과 물류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해운 금융 또한 연 4조 원 수준이다. 해운업에 타격이 가면 이들 전후방 산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편 해운 업황이 나빠지면서 정부의 HMM 민영화 작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매각·회계·법무 자문단 구성 방침을 세웠다.

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대표는 “해운업의 특징인 변동성에 대한 각오를 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 전략적투자자(SI)는 일부 검토할 수 있다”며 “다만 해운의 손익 변동을 감내할 수 없는 기업들이라면 인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각이 장기화될수록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실제 코로나19 기간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낸 HMM은 글로벌 선사들이 열을 올리는 인수합병(M&A)이나 투자 등 경영 행위를 사실상 멈췄다. MSC, 머스크, CMA CGM 등 주요 선사들은 최근 2~3년 동안 항공·육상 물류 기업 인수를 통해 육·해·공에 이르는 종합 물류 기업으로 변신했다.


박호현 기자·장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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