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리움판 '빌바오 효과…' 이태원이 살아난다

◆기획전 나흘간 1만7000명 방문…주변 상권도 '꿈틀'

카텔란·조선백자 2개 전시회

100% 사전 예약 매회차 마감

한남동 카페·식당 매출도 상승

리움, 이태원 랜드마크로 부상

침체됐던 거리에 활기 불어넣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카텔란 개인전 위(WE)’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관람객들. 사진 제공=리움미술관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카텔란 개인전 위(WE)’를 보기 위해 대기하는 관람객들. 사진 제공=리움미술관




금요일인 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일대의 사람들이 한곳을 향해 걷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핼러윈 참사’ 이후 강추위까지 맞물려 황량함이 맴돌던 이곳에 인파가 몰린 것은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두 건의 명품 전시, 개념 미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 ‘위(WE)’와 명품 백자가 총출동한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君子志向)’ 때문이다.

이날 삼성문화재단과 리움미술관 측에 따르면 2월 28일부터 이날까지 4일간 리움미술관을 다녀간 인파는 총 1만 7000명으로 추산됐다. 관람객은 개학을 코앞에 둔 지난달 28일과 이달 1일 각각 4500명·4900명으로 가장 많았고 개학 첫날인 2일에도 총 3600명이 다녀갔다. 현재 미술관은 모든 전시의 관람객을 100% 사전 온라인 예약으로 받고 있는데 총 관람 시간 1시간당 수용 가능 인원 400명이 매 회차마다 순식간에 마감되는 상황이다.



미술관에 인파가 몰리면서 인근 상권도 북적이고 있다. 관람객들이 전시 관람을 전후로 인근 카페나 식당에 들러 시간을 보낸 덕분이다. 실제로 평일인 이날에는 한강진역에서 리움미술관에 이르는 길에 있는 카페와 식당이 점심 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대부분 만석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핼러윈 참사로 침체된 이곳에 카텔란전이 시작된 2월 이후 사람들이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누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시집을 운영하는 A 씨는 “지난해에 비해 약 20% 정도 매출이 늘었다”며 “대부분이 미술관을 방문한 후 들르는 손님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은 리움미술관의 전시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기도 한다. 리움미술관 근처의 한 디저트 매장은 매장 내에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오마주해 전시와 연계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맛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매장을 운영하는 B 씨는 “지난해 예약이 핼러윈 참사 직후 전면 취소돼 어려움을 겪었는데 1월 이후 다시 평일에도 전 좌석이 마감되고 있다”며 “전시를 본 관람객들이 매장의 인테리어를 보고 들어오는 효과도 누리는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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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계 안팎에서는 리움미술관이 새해 들어 야심 차게 준비한 2개의 기획전이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리움판 빌바오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빌바오 효과’는 스페인 북부의 쇠락한 소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미술관이 들어서면서 관광 호황이 이뤄진 것에서 비롯했다. 랜드마크 하나가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컫는 말인데 지금은 리움미술관이 이태원 전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열풍의 진원지는 전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 작가인 카텔란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카텔란은 2019년 미국 마이애미 바젤 아트페어에서 바나나 하나를 벽에 붙여 설치한 ‘코미디언’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다른 전위예술가가 먹어버리는 해프닝으로 더 큰 유명세를 얻었다. 한화 약 1억 6000만 원에 거래된 작품 ‘코미디언’을 이번 전시에도 선보였다. 이뿐 아니라 재기 발랄한 수많은 작품이 SNS에서 ‘사진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전시 시작과 함께 관심이 쏠렸다.

리움미술관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미술관 M2 공간(1·2층 상설 현대미술컬렉션 전시관)의 가벽을 과감히 뜯어내 공간을 확장했고 미술관 로비와 정문 바깥까지 작품을 전시해 관람객의 경험 공간을 늘렸다. 덕분에 올 1월 말 개막한 이 전시에는 이날 현재 총 7000명 이상이 다녀갔다. 특히 현장 예매를 진행한 1월 31일부터 2주간은 하루 평균 770여 명이 현장 발권을 위해 몰렸으며 미술관이 문을 여는 오전 10시 이전에 긴 줄을 서는 ‘오픈런’이 연출되기도 했다.

국보·보물로 지정된 조선백자 59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을 한자리에 모은 ‘조선백자전’ 역시 전시 시작 사흘 만에 벌써 3170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 전시에는 고(故) 이건희 전 삼성 선대회장이 소장하던 고미술 백자도 대거 등장해 현재 전국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건희 컬렉션’의 인기에 힘입어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안중근 의사의 생전 소장품과 친필 등을 리움미술관이 직접 복원해 화제가 된 전시 ‘초월-과거와 현재, 국경을 넘어 만나다’에도 매일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리고 있다.

서지혜 기자·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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