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방 벨라루스에서 실용적 외교관을 굽히지 않았던 외무장관이 지난해 11월 돌연 사망하면서 ‘독살설’이 확산한 가운데 그가 사망 전 러시아의 벨라루스 합병 가능성을 걱정했다는 증언이 최근 공개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현지 매체 ‘일탈레흐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흡수한다고 선언한 직후 블라디미르 마케이 당시 벨라루스 외무장관이 굳은 얼굴로 자신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마케이 장관은 벨라루스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에 이어 “다섯 번째 (병합) 지역이 될 것인지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며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른다”고 공포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당시 64세였던 마케이 장관은 하비스토 장관과 이와 같은 대화를 한 후 2개월 만에 지난해 11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동을 앞두고 급사했다.
평소 병이 없던 그가 돌연 숨졌지만 벨라루스 정부는 정확한 사인을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서방 사이에서 편향되지 않으려 노력해온 소수의 고위 관료였기 때문에 일각에선 암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2012년부터 벨라루스 외무장관으로 일한 그는 친러 성향의 알렉산드로 루카센코 대통령의 측근이면서도 서방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러시아에 예속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실제 2020년에는 마케이 장관의 적극적 노력에 힘입어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벨라루스를 방문해 수교를 회복하고 미국이 벨라루스산 석유를 구매하는 합의를 맺었다고 한다.
게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간 독극물을 이용해 보리스 넴초프·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한 정적의 제거를 시도해 왔으므로 독살설이 또 대두됐다.
한편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벨라루스를 합병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는 미국 야후뉴스, 독일 베스트도이처룬트푼크 등과 함께 러시아가 2030년까지 벨라루스를 흡수한다는 계획이 담긴 러시아 대통령궁 문건을 입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벨라루스에 대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란 이름이 붙은 해당 문건이 2021년 작성됐다면서, 서방 정보기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진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