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 택시 브랜드 아이엠(i.M)를 운영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진모빌리티가 지난 달부터 사전확정요금제를 시행하면서 해당 서비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우티와 카카오(035720)모빌리티도 관련 서비스를 부분·시범 도입하고 있지만 운수업계의 현실 때문에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 편익을 위해 사전확정요금제 도입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택시 기사들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진모빌리티는 지난 달 23일부터 택시 탑승 전 요금을 미리 결제하는 '사전확정요금제' 시행에 들어갔다. 요금은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 기반 시간, 거리, 속도, 최적의 운행 경로, 실시간 정체구간, 도로교통 상황 등을 반영해 사전에 산정된다. 미등록 고객은 탑승 종료 후 고지되는 확정 금액을 직접 결제하면 된다.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목적지가 변경되거나 경유지가 추가될 경우 요금은 재산정된다.
2021년 1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서비스 승인을 받은 우티는 지난해부터 일부 지역에서 사전확정요금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운행경로와 실시간 정체구간, 도로교통 상황 등을 반영해 요금이 사전에 확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일부 서비스에 사전 확정 요금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2021년부터 카카오T 블랙 예약과 벤티 편도 예약 시 사전확정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반려동물 이동 서비스 '카카오T 펫'에도 지난해 출시와 함께 사전확정요금제가 도입됐다. 이들 기업은 서비스 전면 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도입 일정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사전확정요금제는 이용자가 택시를 타기 전에 주행 요금을 미리 알 수 있어 승객의 편익을 높이는 혁신 서비스로 꼽힌다. 과도한 요금에 대한 승객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기사가 요금을 더 받기 위해 먼 길을 우회할 요인이 없다. 이와 관련해 서울연구원이 "시민들은 불확실한 요금이 부과되는 것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항을 줄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은 앱미터기에 의한 사전확정요금제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사전확정요금제가 날로 확대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고객 유입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도 수요자 중심의 교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전확정요금제 도입을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포함시켰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택시 부당 요금 징수로 인한 시비와 민원이 줄어드는 잇점도 있다. 진모빌리티도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가 한 단계 진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전확정요금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운수업 종사자들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택시 기사들은 위성항법장치(GPS)을 기반으로 하는 과금 시스템이 정확한 요금을 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불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2020년 실시한 택시 서비스 시민 만족도 조사에서 67.1%가 사전확정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운수업 종사자들은 34.4%에 그쳤다.
최근 사전확정요금제를 도입한 진모빌리티의 경우 택시 기사들이 반발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서비스가 가능했다. 소속 기사 전원이 사납금제가 아닌 월급제로 고용돼 있어 매달 기사들의 일정 수익을 보장되기 때문이다. 또 고객의 요청에 따른 목적지 변경이나 경유지가 추가될 경우 요금은 재산정되도록 서비스를 설계해 갈등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서비스임에도 기사들은 기존보다 수입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사전확정요금제가 확대되려면 택시 기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