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비 경감을 위해 알뜰폰(MVNO)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 3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은 알뜰폰 시장 확장을 꺼려하는 반면 3위인 LG유플러스(032640)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어 반기는 모습이다.
5일 서울경제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 통신 3사의 알뜰폰 회선 점유율은 SK텔레콤이 18.58%, KT(030200) 51.15%, LG유플러스 30.27%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으로 SK텔레콤 43.81%, KT 46.45%, LG유플러스 9.74%였던 것에 비해 4년 만에 큰 변화가 이뤄졌다. SK텔레콤의 알뜰폰 회선 점유율이 절반 아래로 떨어지고, LG유플러스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알뜰폰은 통신 3사의 통신망을 빌려 자체 브랜드로 서비스한다. 통신사와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2012년 도입된 알뜰폰은 2015년 가입자 500만 명을 넘어섰고 2021년 1000만 명 시대를 열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신 3사는 알뜰폰 사업을 두고 각자 다른 셈법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으로서는 이동통신(MNO) 가입자를 뺏길 수 있는 알뜰폰 시장이 커지는 것을 꺼릴 수 밖에 없다. 경쟁사와 달리 이렇다 할 중소 알뜰폰 사업자 지원책을 내놓지 않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 시장이 커지면 경쟁사 가입자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이다. 지난 1월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요금제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알뜰폰+’를 전국에 8호점까지 개설했다. 지난해에는 ‘U+알뜰폰 파트너스 2.0’ 프로그램을 통해 LG유플러스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고객들을 위한 편의도 늘리고 있다. KT는 LG유플러스처럼 알뜰폰 상생 사업을 하면서도 정부의 시장 활성화 방침에 대해서는 다소 중립적 태도를 보인다는 평가다.
이처럼 알뜰폰 시장을 대하는 이해관계자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지난달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알뜰폰 관련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7건에 대한 의결이 보류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가 꾸준히 느는 만큼 올해도 통신 3사의 알뜰폰 회선 점유율과 행보는 이전과 비슷할 것"이라며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생태계에 힘쓰고 있지만 기존 통신 가입자를 뺏기는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