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 홍(사진) 라이나생명보험 이사회 의장이 KT(030200) 사외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던 구현모 대표가 물러난 데 이어 차기 대표 최종 후보 4명에 대해서도 정치권의 외압이 이어지자 이사회까지 동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T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표류하며 이달 내 새 대표 취임이 힘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홍 이사는 최근 KT 이사회에 사의를 전했다.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선임된 홍 이사의 임기는 2025년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업계는 KT 차기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해 정치권에서 공정성을 문제삼자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를 지냈던 홍 이사가 ‘몸 사리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홍 이사는 라이나생명 대표였던 2018년 KT와 콜센터·클라우드 서비스 거래 계약을 맺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KT 이사회는 차기 대표 선임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7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홍 이사가 사퇴하면서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된다. 당초 KT는 7일 최종 후보 4명을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한 뒤 1명의 차기 대표로 결정해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주총에서 선임할 계획이었다. KT는 아직 정기 주총 날짜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여당은 물론 대통령실까지 나서 “이권 카르텔”과 “모럴해저드”라는 표현을 써가며 소유 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면서 이사회가 기존 차기 대표 선출 절차를 백지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홍 이사 사퇴를 계기로 일부 사외이사가 추가로 사의를 밝힐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정상적인 이사회 개최가 힘들어 대표 선임 절차가 멈출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표 최종 후보들이 일괄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KT 차기 대표 최종 후로는 윤경림 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신수정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매스총괄(사장) 등이 전현직 임원 4명이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