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유통가 키워드 '새판'보다 '보완·시너지'

■올 주총 사업목적 추가안건 보니

경기침체 우려 본업 안정적 확대

작년 '새영역 발굴' 분위기와 달라

현대百, 화장품 제조·여행업 추가

'대안육' 신세계푸드, 김치제조 도전






유통·식품기업들이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잇따라 신규 사업 추가를 위한 정관 변경을 예고하고 나선 가운데, 올해는 다수가 본업에 대한 ‘보완’과 ‘시너지’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지난해 팬데믹 장기화 우려로 본업과는 다소 거리 먼 신사업에 열을 올리며 돌파구를 모색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고물가·고금리로 기업들의 몸 사리기가 심화하면서 리스크 큰 ‘딴 우물 찾기’보다 ‘파던 우물 잘 파기’로 안정적인 확장을 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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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은 오는 28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 화장품 제조·도소매업과 여행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2021년 더현대 서울에 선보인 친환경 화장품 편집숍 ‘비클린’ 사업을 키우려는 조치다. 현재 현대백화점은 뷰티 제품을 특약 매입 방식으로 취급한다. 광고·마케팅·고객관리를 맡되 재고 관리는 입점 브랜드가 책임지도록 해 제품 판매분의 수수료를 수익으로 얻는 형태다. 백화점은 화장품 도소매업을 추가해 비클린에서의 직매입 상품 비중을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제조의 경우 “계열사인 한섬(020000)에서 ‘오에라’ 브랜드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백화점의 설명이다. 여행업 역시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을 통해 여행 상품 판매를 개시할 계획이다. 엔데믹으로 여행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지금까지 관계사인 현대홈쇼핑에서만 취급해 오던 관련 상품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와 롯데가 이미 온라인몰을 통해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부족하다고 여겨져 온 ‘빈틈’을 보완하는 차원의 작업으로 해석된다.

이마트(139480)는 주류소매업의 사업목적 추가를 추진한다. 오는 4월 스타필드 하남에 선보일 대규모 와인 주류 전문 매장을 위해서다. 현행 주세법에 따라 주류 전문 매장은 주류소매업 면허를 받아야 한다. 앞서 롯데쇼핑(023530)은 와인 특화 매장인 보틀벙커 확대를 위해 지난해 주총에서 주류소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 바 있다. 스타필드도 하남점을 시작으로 주류 특화 대형 매장을 확대해 경쟁력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안육’으로 지속 가능한 먹거리 개발에 공을 들인 신세계푸드는 올 주총에서 ‘김치류 제조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고 제품군 확장을 모색한다. 이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과실 및 그 외 채소절임 식품 제조업’, ‘기타 과실 채소 가공 및 저장 처리업’도 함께 추가한다. 이미 대상·CJ제일제당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데다 신세계푸드가 선보여 온 일부 김치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라 다소 과감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신세계푸드는 사업을 위해 정관변경과 함께 포장김치 사업부 신설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화장지·물티슈·기저귀 등 생활용품과 펄프를 활용한 산업·식품용지 사업을 전개하는 깨끗한나라(004540)는 애완용 동물 관련 용품 제조 판매업과 비누 기타 주방용 세정제 제조 판매업, 화장품 및 관련 용품 제조 판매업을, 롯데하이마트(071840)는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신규로 추가하는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이 같은 유통·식품업계의 동향은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인다. 신세계푸드만 해도 2022년 주총에 올라온 사업 목적 추가 안건이 ‘콘텐츠 제작 유통 및 판매업’과 ‘캐릭터 상품의 제조 판매업 및 제3자 라이선싱 부여’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닮은 캐릭터 ‘제이릴라’를 활용한 사업을 위해서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은 건강 보조식품 소매업, SPC삼립(005610)은 건강기능식품과 사료 제조·판매를 추가했다. 반면 올해는 기존 사업과 연관도가 낮은 ‘새 판’ 짜기가 여의치 않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소비심리 위축 우려가 커져 기업들이 예년보다 보수·방어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복 소비가 폭발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유통 산업 전반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 몸을 사리고 있다”며 “신사업이라고 해도 전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 카테고리를 확장하거나 보완하는 쪽이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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