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보험의 미래, 디지털 바다에서 찾는다

허창언 보험개발원장





뽕나무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됐다는 의미인 상전벽해(桑田碧海)는 세상의 변화가 매우 빠를 때 사용되는 고사성어다. 식민지 수탈의 시대에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조선생명(1921년), 조선화재(1922년)에서 태동된 우리 보험 산업이 어느덧 100세가 넘었고 세계 7위의 보험대국이 됐으니 실로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우리 보험 산업의 지난 100년은 인지(人紙)산업의 시대였다.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얼마든지 보험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과 밭만 있으면 열심히 일궈 누에도 키우고 열매도 수확하는 뽕나무밭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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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앞으로 100년, 푸른 바다의 시대에 우리 보험 산업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디지털 시대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뽕나무밭을 일구는 농사 기술조차 혁신이 필요한 시대다. 푸른 바다를 헤쳐나가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 필요하며 ‘ABCD’가 그 핵심이다. 인공지능(AI)·블록체인(Blockchain)·클라우드(Cloud)·데이터(Data) 기술을 보험 산업 곳곳에 적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데이터 결합을 통한 위험률 개발과 AI를 이용한 계약 및 위험관리 등 혁신적인 방식으로 보험 업무를 재편해야 한다.

이미 관련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1월 개최된 CES 2023에서 선보인 기술들은 보험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동전 크기 청진기를 가슴에 부착해 폐 질환을 추적하는 ‘AI 웨어러블 청진기’, 변기에 부착해 소변 분석으로 영양상태·생리주기 등의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자동 소변 검사기기’, 기침·숨소리·목소리 입력 시 AI가 호흡기 건강 상태를 분석해 주는 ‘호흡기 건강 상태 분석 애플리케이션’ 등의 헬스케어 기술이 인상적이었다. 또 농업 분야에서 재해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와 연기·수도 누수 등 비정상적인 움직임 감지 시 사용자에게 즉시 통지하는 ‘스마트홈 서비스’ 등은 보험 산업에도 활용 가능한 유용한 기술이다.

우리 보험 산업은 포화상태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보험료 지출액은 2021년 기준 3700달러로 독일·일본·이탈리아보다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인구절벽까지 겹쳐 우리 보험 산업의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과거 100년간 우리 보험 역사에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던가. 오히려 위기에 맞서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계 7위의 보험 시장으로 성장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우리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면 우리 보험 산업은 푸른 바다, 영원한 블루 오션에서 항해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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