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인수합병(M&A)을 겨냥해 주식공개매수가 조(兆) 단위로 잇따라 진행되자 국내 대형 투자은행(IB)들 간 공개매수 주관사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하이브(352820)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 공개매수를 삼성증권이 대행했으나 실패로 끝나자 카카오의 SM엔터 공개매수 가능성에 한국투자증권이 벌써 만반의 채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IB들이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개매수 거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의 수요 파악에 나서고 있다. 공개매수 수수료가 웬만한 코스닥 기업 상장 수입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 IB들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신(新)시장이 된 것이다. 특히 공개매수는 전국에 걸친 소액 투자가들을 상대하면서 이뤄지기 때문에 고객 및 계좌 확대 등 부수 이익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IB들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공개매수 거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수요 파악에 나섰다. 공개매수 수수료 규모가 웬만한 코스닥 기업 상장 수수료를 웃도는 경우가 많은 만큼 IB들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이다.
가장 최근 공개매수 사례인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 과정에서는 30억 원에 달하는 수수료가 책정됐다. 또 오스템임플란트(048260) 공개매수 수수료는 11억 원이었다. 일례로 시가총액 1조 원 규모로 상장에 성공한 쏘카(403550)의 상장 수수료가 19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마저도 세 곳의 공동 주관사가 나눠서 가져가는 구조였다.
공개매수 수수료는 매수금액과 상관없이 거래의 난이도, 공개매수의 목적 등을 고려한 정액제 방식으로 책정한다. 공개매수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SM엔터의 경우 총 매수 금액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2배 이상 높은 수수료를 책정했다.
최근 거래에서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번갈아가며 주관 업무를 수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NH투자증권, SM엔터는 삼성증권, 한샘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또 카카오의 SM엔터 공개매수 시도도 점쳐지는데, 앞선 IB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공개매수 시장에서 가장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약 3년 동 진행된 공개매수 거래 24건 중 11건을 NH투자증권에서 주관했다. 최근 이뤄진 오스템임플란트 건을 포함해 총 매수 금액만 약 2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배광수 인더스트리 3본부장이 총괄하며 NH증권은 지난해 배 본부장 부서 산하에 중소중견기업을 전담하는 SME(Small Medium-sized Enterprises)를 신설한 뒤 성과를 냈다.
두 번째로 수행 건수와 매수 금액이 많은 곳은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총 세 건의 공개매수를 주관했는데 총 매수 금액은 약 1조 7300억 원이다. 대표적으로 2021년 F&F(383220)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진행한 공개매수 주관했으며, 해당 거래로만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매수 금액을 기록했다. 이어 매수 금액이 큰 곳은 삼성증권(1조 100억 원)과 미래에셋증권(2055억 원), 한국투자증권(1180억 원) 순이었다.
이 중 삼성증권은 최근 마무리된 하이브의 SM엔터 공매매수에 전념하기 위해 YTN 매각 주관사를 포기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에서는 이상현 어드바이저리본부장 총괄하고 있으며, 회사는 해당 본부에 몇몇 직원도 파견했다.
한편 업계는 한투가 카카오의 SM엔터 공개매수를 주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투가 카카오뱅크의 2대주주로 지분관계가 있고 한투 자체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김성철 IB4본부장이 공개매수 주관을 맡기 위해 뛰고 있다.
올해 말 혹은 내년부터는 기업들의 공개매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작년 연말 M&A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위해 올해 중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M&A 등으로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는 기업이나 재무적투자자(FI)는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지분을 포함해 총 50%+1주 이상을 매수해야 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M&A 거래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공개매수가 이전보다는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매수 주관사는 전국적인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춘 대형 IB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기 위해선 직접 본점이나 지점을 찾아 청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IB 중 가장 많은 오프라인 영업망을 갖춘 곳으로는 79곳의 지점을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이 꼽힌다. 이어 NH투자증권은 76곳, 한국투자증권은 68곳, 삼성증권은 28곳의 지점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