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이번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안에 대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앞으로 긴밀한 의사소통으로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인식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사죄 대신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며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새로운 사죄문을 발표하는 것은 어려우나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입장 발표는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가 담겨 있다. 하야시 외무상은 과거 담화와 공동선언에 담긴 사죄와 반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표명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한일 관계의 걸림돌로 꼽혀온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벌써부터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 수출 관리 우대국(백색국가) 제외 등 다른 문제들이 포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닛케이는 “2019년 일본 정부가 적용하기로 한 반도체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등이 재검토될 것”이라며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방일을 기대하고 있고, 일본은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한국 정상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도 수출규제 해제 등에 대해 “징용 배상 문제와는 별개”라면서도 “한국이 시작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프로세스의 중단을 포함해 한국의 적절한 대응을 경제산업성이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소송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한국 정부의 발표 직후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