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이 점찍은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가 중국이 장악한 원자재 공급망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친환경적인 재활용 기술을 활용해 자국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할 것임을 천명하면서 북미 투자를 대폭 늘린 국내 배터리 업계도 원재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 에너지부는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프로그램에 따라 라이사이클(Li-Cycle)에 총 3억 7500만 달러(약 5000억 원) 규모의 대출 지원을 하기로 결정했다.
라이사이클은 2016년 설립된 회사로 북미 최대의 배터리 재활용 기업이다. 라이사이클은 정부 자금을 뉴욕주 로체스터시 인근에 핵심 배터리 소재 재활용 시설을 설립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안에 완공될 이 공장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탄산리튬을 공급할 수 있는 곳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리튬·니켈·코발트 등 각종 주요 원자재를 생산할 수 있는 북미 최초의 시설이 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 민주당 실세인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로체스터를 직접 찾아 라이사이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아제이 코차르 라이사이클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뒷받침된 이번 대출 지원을 통해 미국의 대중(對中)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인 벤치마크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제련 시장에서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라이사이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지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LG엔솔과 LG화학(051910)은 이 업체의 기술력을 일찍이 눈여겨보며 2021년 말 6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2.6%를 확보했다. 양 사는 10년에 걸쳐 폐배터리에서 추출된 니켈 2만 톤을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재활용 분야에 대한 투자는 IRA 발효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RA에 따라 북미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산 원료나 소재는 배제된다. 시장조사 기관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2030년 12조 원에서 2050년 600조 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호주·남미·캐나다 등 원료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배터리를 재활용해 다시 원료로 쓰는 방식에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환경 규제가 강화될수록 재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