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맺은 ‘흑해곡물수출협정’을 연장하기 위해 중재국인 튀르키예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세계의 빵 바구니’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이 다시 막히면 아프리카의 식량위기가 한층 심각해질 수 있는 만큼 협정 연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 CNN방송은 5일(현지 시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유엔 최빈개도국(LDC) 회의에 참석해 “흑해 곡물수출협정의 원활한 이행과 추가 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를 지나는 곡물수출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는 내용의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연장돼 이달 18일 만기를 앞두고 있다. 튀르키예 측의 발언은 러시아가 협정 연장에 부정적인 반응으로 일관하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회의 참석 차 방문한 인도 뉴델리에서 차우쇼을루 장관과 만나 “러시아 농민과 비료 업계의 세계 시장 접근이 원활해져야만 곡물협정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러시아의 곡물수출은 서방의 제재를 받지 않으나 각국 은행·보험사·해운회사 등이 러시아와의 거래를 꺼리자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곡물수출협정이 중단되면 최빈국의 식량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연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프리카는 이미 가뭄과 내전 등의 영향으로 약 2000만 명이 기아 상태다. 폴리티코는 “곡물협정으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소말리아·예멘·에티오피아·아프가니스탄에 48만 1000톤의 밀을 공급할 수 있게 돼 현지의 식량 부족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