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 단일 뮤지컬 공연이 100회의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국내 뮤지컬 역사상 최초로 7개월이라는 장기 공연을 성공 시킨 ‘오페라의 유령’이 부산에서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한다. 신동원 에스앤코 프로듀서(대표)는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진행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제작진 공동 인터뷰에서 “오페라의 유령이기에 시도해보는 것인 ‘부산 100회 공연’”이라며 “(이를 통해) 부산이 서울 못지 않은 뮤지컬 시장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은 국내 뮤지컬 애호가들에게 무척 귀한 소식이다. 지난 2001년 초연 이후 21년간 단 두 차례밖에 공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국어 공연이 한국에서만 희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나라에서 세 차례의 자국어 공연이 이뤄진 경우가 드물다.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초대형 뮤지컬은 일정 수준 이상 관객 규모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원작과 동일한 최상의 작품 수준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년 간 각 국에 걸쳐 공연되는 월드투어보다 오히려 단일시장에서 공연되는 라이선스가 더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그만큼 이번 공연 성사는 원작 제작사의 한국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상징이 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절정이던 지난 2020년 5월 한국에서 공연된 오리지널팀의 ‘오페라의 유령’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오른 공연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신 대표는 “전 세계가 멈춰있던 때에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에서만 공연이 됐고 이로 인해 대한민국 공연계가 세계의 집중을 받았다”며 “원제작사(RUG)와 진행한 많은 한국 콘텐츠가 성과를 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알유지에서 공연을 제안해 공연이 성사됐다”고 설명했다.
어렵게 성사된 공연인만큼 이전 공연과 복사 하듯 똑같진 않다. 원제작사의 제작진이 가장 집중한 부분은 ‘번역’이다. 오페라의유령 한국어 공연은 이미 두 차례 치뤄진 바 있다. 대본이 있는 공연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13년 전의 대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예전과 똑같은 작품이지만 바뀐 무대의 동선을 유지하고, 현재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대사에 녹여내기로 한 것. 특히 대부분의 대화가 노래로 이뤄지는 작품의 특성상 번역은 더욱 중요하다. 신 대표는 “2001년, 2009년에는 한국 제작사의 모든 의견이 다 반영되기 어려웠으나 이번에는 한국 배우 특성과 정서를 반영할 수 있도록 원제작사가 많은 유연함을 발휘했다”며 “2009년에 공연을 본 분들은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대형 공연인만큼 가격도 비싸다. ‘오페라의유령’ VIP 티켓 가격은 무려 19만원으로 최근의 ‘티켓값 논란’에 일조하고 있다. 신 대표는 이에 대해 “처음 공연을 기획할 때부터 초대형 공연인만큼 티켓 값이 비쌀 것을 각오 했으나, (계약 과정에서) 물가가 인상되는 등 다른 변수가 생겨 가격이 더욱 비싸졌다”며 “한국어 공연은 이번이 아니면 또 성사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감수하고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공연계에 세운 기록은 화려하다. 2001년 12월 첫 번째 한국어 공연에서는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 뮤지컬 산업화의 신호탄을 쐈고, 2009년의 두 번째 한국어 공연에서는 약 11개월에 걸친 공연으로 33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제작진은 올해 부산에서 누적 150만 관객 돌파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워 공연계에 또 다른 족적을 남기겠다는 각오다. 부산 공연은 총 11주간 계획돼 있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가장 길다. 장기 공연의 성공은 시장 규모가 얼마나 확장됐는지를 단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오페라의유령’ 한국어 초연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오는 30일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