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밀어붙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십 년간 공들여온 작물 다각화 시도를 무산시키고 식량 안보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장관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논 82만 ㏊ 가운데 밀·콩 등 다른 작물을 심던 9만 ㏊조차 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식량 상황 변동 등 유사시에 대비해 밀 등 다양한 전략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데 민주당 법안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2021년 기준 우리의 쌀 자급률은 100%에 육박하지만 밀 자급률은 1.1%에 불과하다. 식생활 변화로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에 그쳐 30년 전인 1992년 112.9㎏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밀가루 음식을 찾는 국민이 늘면서 지난해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2㎏으로 쌀 소비량의 절반을 넘어섰다.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서는 쌀 재배를 줄이는 대신 수입에 의존하는 밀·콩 등을 더 심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법 개정안을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 법안을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데 이어 12월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열어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을 통과시키려다가 무산되자 3월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쌀 과잉 생산을 부추기게 된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연간 1조 4000억 원의 혈세가 추가 투입돼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4만 톤이던 쌀 초과 생산량도 2030년에는 64만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더 이상 ‘쌀값 안정 방안’이라고 호도하지 말고 법안을 접어야 한다. 민주당이 끝까지 법안 강행을 고집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정부는 과잉 생산된 쌀 매입에 쓸 돈을 재배 작물을 전환하는 농가 지원과 농업의 첨단화에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