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이 26조 원까지 치솟으며 전년도에 이어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사상 처음 50만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비대면 수업 등으로 인한 학력 저하 우려와 물가 상승에 따른 교습비 증가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교육비가 치솟자 교육부는 9년 만에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통계청과 교육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 약 3000개 학교의 학생 약 7만 4000명을 대상으로 3~5월과 7~9월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6조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학생 수(528만 명)가 전년(532만 명) 대비 0.9%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총액은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년(23조 4000억 원)보다도 10.8% 더 늘었다. 사교육 참여율은 78.3%로 전년 대비 2.8%포인트 증가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을 포함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 원으로 전년(36만 7000원)보다 11.8% 늘었다.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으로는 전년(48만 5000원) 대비 7.9% 늘어난 52만 4000원을 기록했다. 두 수치 역시 모두 2007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의 증가 폭이 컸다. 초등학교의 사교육비 총액은 11조 9000억 원, 중학교 7조 1000억 원, 고등학교 7조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3.1%, 11.6%, 6.5% 증가했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역시 초등학교가 37만 2000원으로 전년 대비 13.4%(4만 4000원) 상승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어 중학교 43만 8000원(11.8%), 고등학교 46만 원(9.7%) 순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높았다.
교과별로는 일반 교과와 예체능 모두 상승했다. 일반 교과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 원으로 전년 대비 10.2%, 예체능은 9만 8000원으로 전년 대비 17.8% 올랐다. 특히 일반 교과 중에서는 국어 3만 4000원(13.0%), 영어 12만 3000원(10.2%), 수학 11만 6000원(9.7%), 사회·과학 1만 8000원(9.5%) 순으로 증가율이 높게 나타났다.
가구 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전년도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64만 8000원)와 300만 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17만8000원) 지출 격차는 전년도와 같은 약 3.7배였다.
사교육비 급증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학습 결손 우려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인한 교습비 인상 등이 꼽힌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발생한 2년간의 학습 결손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불안심리와 물가 상승에 따른 교습비 인상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출발선이라는 점에서 언어 습득이나 문해력 등 학습 결손에 대한 불안감이 다른 학교급보다 높았던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 중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관련 종합 대책을 마련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개별 사업이나 정책들을 통해서 보완해왔으나 여러가지 대책을 정합성 있게 추진하지는 못했다”며 “확실한 의지를 갖고 종합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