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원자재 자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한 ‘핵심원자재법(CRMA)’이 조만간 베일을 벗는다. 유럽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도 불리는 이 법에는 EU 차원의 원자재 대응 기관 설립, 원자재 개발 프로젝트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 시간) CRMA 초안을 입수해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이달 14일 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사진) EU 집행위원장은 향후 친환경 사업 확대로 원자재 광물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CRMA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희토류·리튬 등 핵심 원자재의 거의 100%를 수입에 의존해 역내 공급망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IRA로 핵심 원자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응 필요성이 컸다. EU 집행위는 초안에서 최소 10%의 원자재를 역내 생산하고 원자재 관련 전략물자 수요의 약 40%를 자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유럽 핵심원자재위원회(가칭)’라는 원자재 확보 중앙기관을 만들어 회원국 간 조율, 원자재 거래 시스템 마련 등의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회원국 간의 과도한 경쟁을 막아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광산 개발, 원자재 처리 공장 등 신규 프로젝트의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특정 프로젝트를 ‘전략사업’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초안에 담겼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국가 보조금 등 자금 조달을 원활히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EU는 핵심 원자재 판매 기업에 탄소발자국(상품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 현황 공개를 요구하겠다는 구상도 초안에서 밝혔다.
한편 EU는 CRMA와 별도 법안인 ‘탄소중립산업법(Net-zero Industry Act)’도 추진하고 있다. 친환경 사업 규제 완화, 보조금 지급 등으로 관련 기업과 기술의 역외 유출을 막겠다는 구상으로 이 역시 IRA에 대응하는 차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