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종금리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22원 오르며 크게 반응했다. 가뜩이나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펀더멘털이 약해진 원화가 대표적인 위험 통화로 인식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미 연준의 최종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에 환율 불안 양상이 심해지면서 지난달 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추가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0원 오른 1321.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6일(23.4원)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이날 환율은 17.8원 오른 1317.2원으로 출발한 뒤 장중 상승 폭이 확대되면서 1323.9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연고점인 지난달 28일(1326.6원)에 근접하면서 5거래일 만에 1320원대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 급등 여파에 국내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1.44포인트(1.28%) 내린 2431.91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전일 대비 1.81포인트(0.22%) 내린 813.95에 마감했다. 두 시장 모두에서 외국인·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1550억 원, 코스닥시장에서 532억 원을 팔았다.
문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으로 시장 기대가 바뀔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달 21~22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미국의 고용·물가 등 각종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환율 출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파월 의장 발언이 신흥국 통화이자 위험 통화인 원화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환율 불안을 바라보는 한은 금통위의 속내도 복잡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4.5%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는 4.5% 이하로 예측되는 등 안정화되는 추세인데 환율은 널뛰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최종금리가 더 높아지면서 한미 금리 역전 폭이 200bp(1bp는 0.0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부작용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일단 지난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최종금리를 3.75% 이상으로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밝힌 만큼 4월에는 동결과 인상 가능성 모두 남아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확인이 필요한 경제지표 발표가 남았지만 한국의 추가 금리 인상을 정당화할 만큼 미국 금리 정점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며 “우리의 최종금리 전망을 3.75%로 수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