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韓, 인태전략 참여로 경제 빅딜…원자력협정 등 실리 챙겨야

[내달 26일 한미정상 회담]

"쿼드 실무그룹 협상 참여 중"

정부 당국자 워싱턴서 밝혀

'안미경중' 기조 폐기 본격화

칩스법·핵처리 이용 등 합의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조율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특파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다음달 26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주도의 다자간 안보협의체인 쿼드 실무그룹 참여를 위한 협상을 본격화한 것은 미국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확실히 받겠다는 빅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올해는 양국 동맹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더구나 이번 정상회담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12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열리는 빅이벤트다. 이 같은 역사적·정치적 상징성을 감안할 때 두 나라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이 역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결속돼 있고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양국 사이에 현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른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참여할 것을 한국을 비롯한 주요 동맹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IRA·칩스법 등으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고충을 해소하는 상황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방폐장 포화 문제 등에 대응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들을 놓고 두 정상 간 큰 합의를 이루기 위해 우리 정부가 인태 전략의 한 축인 쿼드 참여에 전향적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의 쿼드 가입 의사를 타진하며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쿼드 실무그룹에 향후 적극적으로 참여해 간접적인 기여를 통해 기회의 창이 자연스럽게 열렸을 때 쿼드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11일 만에 한국에서 개최한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동맹·협력의 범위를 세계 무대로 확장하는 ‘글로벌 포괄적동맹’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쿼드 가입을 위한 실무 협의인 워킹그룹 가동은 지지부진했다. 쿼드는 동아시아에서 팽창하는 중국의 군사적 패권을 막기 위한 안보협의체로 미국과 일본·호주·인도가 주축 국가다. 미국으로서는 과거사 문제로 외교적으로 큰 마찰을 일으킨 일본과의 관계가 걸림돌이었고 한국은 섣불리 참여했다가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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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6일 강제징용 문제를 ‘제3자 변제’로 푸는 독자 해법을 발표하면서 한일 간 해빙 무드가 조성됐고 이는 인태 전략의 중심축이 될 한미일 동맹 강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강제징용 문제를 풀면서 미국의 핵심 이익인 한미일 안보 협력에 새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이에 미국은 7일(현지 시간) 윤 대통령을 다음달 26일 국빈 자격으로 초청한다고 발표하며 두 팔을 벌려 환영의 뜻을 표명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 정부는 한층 더 한미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8일 ‘쿼드 실무그룹 가입 타진’ 발언을 한 것이다. 한국의 쿼드 가입을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 중국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우리 고위 당국자가 쿼드 가입 이슈를 언급한 것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그에 상응하는 빅딜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마침 양국 정부는 윤 대통령의 다음달 방미 기간 중 실시될 한미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에 돌입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 70주년에 열리는 기념비적인 행사다. 외교가와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한미일 동맹을 위해 한일 관계를 푸는 전향적인 조치를 취한 만큼 미국도 그에 준하는 협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4월 한미정상회담에서 가장 시급히 풀어야 할 부분은 경제 안보 이슈다. 윤석열 정부는 독자 인태 전략을 내놓으며 소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기조를 폐기했고 기업들도 이 같은 외교 안보적 기조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두고 미국 주요 언론인 워싱턴포스트조차 “삼성·SK그룹·현대와 같은 주요 기업들을 포함해 한국의 수십 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투자가 윤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 초청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도할 정도다. 그런데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은 오히려 한국 산업을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줄이는 IRA와 칩스법이 대표적이다.

조 바이든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서는 한미 동맹의 완전한 신뢰 복원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나아가 지난해 한미정상회담 성명에 포함된 사용후핵연료 관리, 연료 공급 확보 및 핵안보를 위한 협력 등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술 가치 동맹, 행동하는 동맹과 같은 수사는 지난해 5월에 다 한 것”이라며 “이번에는 정치적 수사에서만 그치면 안되고 상호호혜적인 ‘윈윈’을 하도록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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