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택시 강도 살인범이 범행 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포토라인에 서 관심을 끌었다.
인천경찰청 중요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은 9일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한 40대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이날 송치 전 인천 미추홀경찰서 앞에서 "검거될 줄 몰랐느냐. 16년 동안 죄책감은 안 느꼈나"는 취재진의 잇따른 물음에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그동안 자수할 생각은 안 했나. 살해한 택시 기사와 유족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질문에도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 대부분을 가린 채 경찰 승합차에 올라타 검찰로 이동했다. A씨는 전날 방어권 보장 등을 이유로 신상정보 비공개 결정을 받았다.
과거 구치소에서 만난 친구로 A씨와 범행을 함께한 40대 공범 B씨는 지난 1월 먼저 구속돼 이미 기소됐으며 이날 오전 인천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구치소에서 만난 친구사이인 A씨 등 2명은 2007년 7월 1일 오전 3시께 인천시 남동구 남촌동 제2경인고속도로 남동고가 밑 도로 인근에서 택시 기사 C(사망 당시 43세)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살해한 뒤 현금 6만원을 강탈했다.
이들은 시신을 범행 현장에 방치한 채 C씨의 택시를 운전하다가 2.8㎞ 떨어진 미추홀구(당시 남구) 주택가에 버린 뒤 뒷좌석에 불을 지르고 도주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전담반을 꾸리고 수도권에 등록된 용의 차량 5900대를 수사했다.
기지국 통신 기록 2만6000건과 800세대를 조사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도 단서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사건 미제로 남게됐다.
이들의 완전범죄는 차량에 남은 쪽지문에 무너졌다.
인천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사건이 10년 가까이 흐른 2016년 담당 경찰서로부터 수사 기록과 현장 자료 등을 넘겨받고 사건을 분석하고, 지문 재감정과 관련자 조사 등 보강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택시 방화 현장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흰색 번호판 차량을 특정하기 위해 같은 종류의 차량 9만2000대를 재차 분석했고 이후 의심 차량을 990대로 줄였다.
경찰은 의심 차량의 전·현 소유주 2400명을 직접 탐문하는 한편 택시를 방화할 때 불쏘시개로 사용한 차량 설명서 책자를 여러 차례 감정해 결국 범인들의 쪽지문을 확보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쪽지문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시약개선 등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되면서 이들의 범죄행각이 드러나게 됐다. 쪽지문을 토대로 범행 직전 용의자들이 타고 다닌 크레도스 차량의 과거 소유주가 확인됐고 경찰은 A씨를 지난 1월 5일 체포했다.
이후 A씨의 금융거래 내역과 주변인 등을 추가로 수사해 지난달 28일 B씨도 공범으로 검거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B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A씨와 함께 범행했고 신고가 두려워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취지로 범행을 백한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