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이어가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최종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종금리를 3.75%까지 올릴지를 두고 물가·성장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등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은 9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면서 약 1년 만에 7연속 금리 인상 행보를 멈춘 상태다. 다만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최종금리를 3.75% 이상으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날 한은은 향후 금리 추가 인상 판단 과정에서 주요 고려사항으로 물가, 성장, 주요국 금리, 부동산 시장 등을 꼽았다.
먼저 물가는 공공요금 인상이나 유류세 조정으로 인한 기저효과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완만한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물가 상승률 둔화 속도나 물가 목표로 수렴하는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중국 리오프닝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 연준의 통화정책 등도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여전하다.
반면 국내 경제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면서도 글로벌 경기 부진 심화, 금리 상승 영향 확대 등 경기 하방 위험 요인이 잠재된 상태다. 특히 미국은 연준의 최종 정책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예상보다 길게 유지되면서 경기 하락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국내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상승 영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나 주택시장 부진 등으로 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큰 변수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다.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경제 지표 영향을 크게 받아 바뀔 때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준의 정책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 기대가 미국 경제의 연착륙, 물가 오름세 둔화 여부 등에 대한 판단에 따라 변동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초까지는 경기 침체 우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 등으로 긴축 기조 조기 전환 기대가 우세했다”며 “다만 이후 견조한 고용 증가세 지속, 근원물가의 높은 오름세 등으로 당분간 디스인플레이션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은은 경제 지표 변화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높아진 만큼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한 지표 흐름이 시장 예상과 다르게 나타날 경우 국제금융시장과 이에 영향받은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주택시장 부진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성을 높이고 부채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고위험 가구를 늘리는 등 금융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고민이다. 한은은 관계자는 “부동산 관련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잠재하는 만큼 주택시장 부진으로 인한 시장 불안이 여타 부문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 금융불균형 위험을 완화해 나가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