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이미 한 달 전에 1월 무역수지 적자가 127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때 예측할 수 있었다. 경상수지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에 중계무역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경상수지 적자가 4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 등을 모두 넘어 역대 최대로 확대된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경상수지는 운송·여행 등 서비스수지나 배당·이자 등 본원소득수지까지 포함해 상품수지 적자에도 흑자를 내왔거나 적자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 1월에는 상품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는 동시에 소비재 수입과 해외여행 증가 등 각종 악재가 겹쳤다. 결국 경상수지마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적자 규모에 과다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대내외 불안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당장 1월 경상수지만 놓고 보면 45억 2000만 달러 적자로 최악이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 전년 동월 대비 67억 6000만 달러나 감소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역대 최대 적자 규모다.
먼저 상품수지가 역대 최대인 74억 6000만 달러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수출이 480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억 8000만 달러 감소했는데 수입은 554억 6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오히려 6억 2000만 달러 늘었다. 수출은 미국(-6.0%), 일본(-12.7%), 동남아시아(-27.9%), 중국(-31.4%)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크게 줄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43.4% 급감했다. 반면 수입의 경우 원유(-11.0%)와 석유제품(-12.4%) 등 원자재가 감소했음에도 승용차(65.9%) 등 소비재가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테슬라 등 수입차 인도 시점이 1월에 집중되면서 소비재 수입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서비스수지 적자도 32억 7000만 달러로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적자 요인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화물 운임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운송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해 1월 대비 15분의 1 수준으로 줄었을 뿐 아니라 해외여행객 급증으로 여행수지 적자가 14억 900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여행수지 적자가 빠르게 커지면서 만성 적자를 기록했던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그나마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해 본원소득수지가 63억 8000만 달러 흑자를 내면서 경상수지 적자 폭을 줄였다.
다만 한은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한은 조사국은 경상수지와 관련해 상반기 44억 달러 적자, 하반기 304억 달러 흑자로 연간 2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3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유입되기 시작하면 여행수지를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수출 회복 조짐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만큼 경상수지 불안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1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고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품목의 수출이 회복돼 상품수지가 흑자까지는 아니어도 균형 수준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2월부터 입국자 수가 늘고 있고 4월 이후 중국인 여행객도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