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주름잡는 눈부신 영건들이 국제 무대에서 줄줄이 난타 당하며 고개 숙였다.
1999년생 정우영(LG 트윈스)과 2000년생 김윤식(LG 트윈스), 2002년생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은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일본전에서 컨디션 관리와 공인구 적응 실패, 경험 부족 문제를 드러내며 자멸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보여줬던 위력적인 공을 전혀 던지지 못했다.
김윤식은 4 대 6으로 뒤진 6회 말 무사 3루 위기에서 대표팀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해 최악의 제구 난조를 보였다. 첫 타자 나카무라 유헤이(야쿠르트 스왈로스)에게 볼넷을 내줬고 후속 타자 라스 눗바(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겐 등에 공을 던졌다. 김윤식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스트라이크 존 안에 공을 던지지 못했다.
후속 타자 곤도 겐스케(소프트뱅크 호크스)에게 볼 3개를 내리 던지더니 시속 140㎞ 초반의 밋밋한 직구로 겨우 스트라이크 2개를 잡았다. 이후엔 높은 공을 다시 던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6회 일곱 번째 투수로 나선 사이드암 정우영도 자신의 공을 못 던졌다. 평소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던 정우영은 고작 140㎞대 공을 뿌렸다. 한국은 김윤식, 정우영 등이 등판한 6회에 5실점하며 사실상 경기를 내줬다.
7회 1사 2루 위기에서 등판한 이의리도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첫 타자 곤도에게 볼 4개를 내리 던졌고 후속 타자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겐 폭투와 볼넷을 내줬다.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는 밀어내기 볼넷까지 허용했다.
젊은 투수들이 펼친 최악의 투구는 예견돼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서 진행한 전지훈련 때부터 몸 관리와 공인구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윤식은 대표팀 투수 중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페이스가 가장 느렸다. 애리조나 캠프 마지막 연습경기였던 2월 24일 kt wiz전에서야 등판했고 이때도 볼넷 2개를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정우영도 그랬다. 표면이 미끄러운 WBC 공인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달 17일 미국 전지훈련 NC 다이노스와 연습경기에서 안중열에게 헤드샷을 던졌고 20일 KIA 타이거즈와 연습경기에서도 사구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KBO리그에서 58이닝 동안 단 1개의 폭투도 던지지 않고 몸 맞는 공 역시 6개에 불과했던 정우영이었다.
정우영은 귀국 후 SSG 랜더스 2군과 연습경기에서 호투했지만 일본 입성 후 다시 컨디션 난조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의리는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몸을 만들지 못했다. 7일 오사카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와 연습경기에서 몸 맞는 공과 볼넷을 거푸 내줬다.
젊은 투수들의 집단 난조엔 훈련 환경 문제가 크게 작용했다. 대표팀은 투손 전지훈련에서 예상치 못한 추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투수들은 귀국 직전에야 강풍을 맞으며 집단 불펜 투구를 하는 등 벼락치기 훈련하기도 했다.
김광현(SSG 랜더스) 등 노련한 투수들은 나름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멘털 문제를 극복했지만 젊은 투수들은 그렇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