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12 쿠데타 당시 신군부에 맞섰지만 아군 간의 유혈 사태로 번질 것을 우려해 “병력을 출동시키지 말라”고 했던 이건영 당시 육군 3군사령관이 11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12일 전했다. 향년 96세.
1926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난 고인은 육사를 졸업한 뒤 1977년 중앙정보부 차장을 거쳐 1979년 2월부터 3군야전군사령관으로 근무했다. 12·12 당시 ‘하나회의 불순한 장난’이라고 보고 막으려고 했지만 장태완 당시 수도경비사령관과 달리 아군 간의 교전을 우려해 병력 이동을 막았다. 그는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12를 막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1980년 1월 강제 예편 후 ‘장 사령관 등과 연락하며 병력 동원 등 조직적인 저항을 기도했다’는 혐의로 보안사 수사를 받았다. 1982년 1월 마사회장으로 취임해 9년간 재임하며 뚝섬 경마 36년을 끝내고 1989년 9월 과천경마장을 개장했다.
1992년 제14대 총선에서 통일국민당 전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대선 후 1993년 민자당으로 옮겼지만 12·12 관련 사법 처리 때 증인으로 나서 하나회 관련자들을 감옥에 보내는 데 일조했다. 1996년에는 회고록 ‘패자의 승리’를 출간했다. 이 회고록에서 그는 “경위야 어찌 됐건 불행한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 때문에 자신의 일생에 어두운 과거로 남게 됐고 항상 국민과 전우들에게 죄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