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중 누구라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자녀에게 지방간이 생길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곽금연·신동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박예완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0~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참여자 중 12~18세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 1737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지방간은 정상적인 지방대사가 이뤄지지 못해 지방이 전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다. 발생 원인으로 흔히 음주를 떠올리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80%다. 평소 음주, 약물, 간염 등의 원인이 없는 데도 영양섭취가 과도해지면서 남은 영양분이 간에 중성지방으로 쌓여 발병한다. 방치하면 간섬유화와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므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연구팀은 부모 중 어느 한쪽이라도 지방간이 있는 경우 자체가 지방간의 위험요소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제 자녀의 지방간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그 결과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지는 지방간 연결 고리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간이 없는 부모를 둔 자녀 1336명의 지방간 유병률은 3.1%였으나 부모가 지방간이 있는 자녀 999명의 유병률은 10.2%로 뛰었다.
연구팀은 부모 중 한쪽만 지방간이 있을 때 자녀의 지방간 발병 위험은 부모 모두 지방간이 없는 경우에 비해 1.75배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부모 모두 지방간이 있는 경우 자녀의 지방간 발병 위험은 2.6배까지 올라갔다.
연구팀은 추정값이 자녀의 체질량지수(BMI)나 복부 비만, 중성지방,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C cholesterol), 수축기 혈압, 간수치(ALT), 공복혈당 등 지방간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사질환 관련 지표를 모두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부모의 지방간 유무가 자녀의 지방간 유병 위험을 키우는 원인이며 특히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요소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곽금연 교수는 “부모가 지방간이 있는 가정이나 없는 가정 모두 자녀의 하루 총 칼로리나 탄수화물 섭취량, 신체활동 정도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며 “환경적 요인보다는 유전적 요인이 지방간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미 북미소아소화기학회에서는 부모가 지방간이 있는 비만 아동은 지방간 검사를 권유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지방간을 진단받은 부모는 본인 뿐 아니라 자녀의 간 건강도 함께 챙겨야 한다는 것을 재차 증명했다”며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지방간 조기 발견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 분야 국제학술지인 ‘영양 약물학 및 치료(Alimentary Pharmacology & Therapeutics)’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