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원·달러 환율이 22원 넘게 급락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상태이지만 SVB 사태가 예상보다 조기 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우선 반영되는 모습이다. 원화는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로 달러화 가치가 바뀔 때마다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2.4원 내린 1301.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7.2원 내린 1317.0원으로 출발해 장중 하락 폭을 크게 키웠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298.3원까지 떨어지면서 7일(1297원) 이후 4거래일 만에 13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 하락한 것은 SVB 사태로 인한 위험 선호 심리 위축보다 미국 연준의 긴축 기조 완화 기대감이 더욱 크게 반영하면서 달러화지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는 103.8로 전일 대비 0.7%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가 그동안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다만 연준의 긴축 기조 완화 기대가 계속될지는 14일 발표 예정인 미국의 2월 CPI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통해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쳐 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국 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