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2012년 자신의 저서인 ‘3차 산업혁명’을 통해 앞으로 40년 동안 전 세계 정치·경제가 신재생에너지를 원동력 삼아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에너지 대전환에서 배터리는 핵심 매개체다.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핵심 광물인 리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리튬은 기존 배터리 속의 납보다 20배 이상 가벼워 전자제품과 전기차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 광물 관련 보고서(2022년)’에서 리튬 수요가 2040년에 현재 대비 최고 51배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을 정도다.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50% 이상을 보유한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칠레 등 자원 부국들이 ‘리튬 카르텔’ 추진 의지를 밝혔다. 이 국가들은 최근 ‘캐나다 광물 탐사 개발협회’ 연차 총회에서 리튬의 생산량과 가격 조정, 가공 능력 확장을 협의하고 배터리·전기차 생산까지 관여하는 협의체 구상을 공개했다. 협의체가 출범하면 리튬 채취 주도권과 가격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서 주요 7개국(G7)은 리튬 등 핵심 광물 과잉 입찰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구매자 클럽’ 결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 첨단산업인 전기차의 핵심 원재료 보유국과 구매국 간의 줄다리기가 본격 시작되는 셈이다.
미중 패권 갈등과 공급망 블록화 속에 ‘리튬 카르텔’ 구상까지 부상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기로에 섰다. 한국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기업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차원에서 64%에 이르는 중국산 리튬 의존도(2022년 기준)를 낮추기 위한 공급선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배터리 등 전략 산업 육성을 위해 해외 자원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우리 기업들이 자원 채취부터 생산에 이르는 밸류체인(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마침 미국의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G7에 한국을 포함하자고 제안했다. 안보와 경제를 넘어 기술로 확대되는 한미 동맹의 협력 범위를 자원 조달로도 확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