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첫 흑인 에투알(수석무용수)이 탄생했다.
13일 파리오페라발레단에 따르면 호세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은 11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지젤’의 커튼콜에서 23세의 촉망받는 발레리노 기욤 디오프(사진)를 에투알로 지명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이 본토가 아닌 해외 공연에서 에투알을 지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디오프는 솔리스트 격인 쉬제 등급이었는데 제1무용수 격인 ‘프리미에 당쇠르’ 등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수석무용수인 에투알 등급에 올랐다.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은 이날 공연 후 커튼콜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무용수들의 삶에는 매우 희귀하고 집단적인 순간이 있고 이 순간은 공연 후에 관객들과 공유된다”며 “그것은 바로 꿈의 실현인 에투알 지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파리국립오페라단의 총감독인 알렉산더 니프는 우리와 함께할 수 없었지만 저는 그의 동의를 얻어 디오프를 에투알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디오프는 이날 공연의 기존 캐스트였던 위고 마르샹이 무릎 부상으로 인해 불참하게 되면서 무대에 올랐다. 주연 알브레히트 역을 맡은 디오프는 이날 발레단의 간판인 지젤 역의 도로테 질베르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에투알 지명이 발표되자 디오프는 감격한 듯 얼굴을 감싸 쥐고 관객들에게 큰 감사를 표했다. 관객들 역시 큰 환호와 박수로 새 역사의 탄생을 축하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단원은 5단계로 구성돼 있다. 군무진 ‘카드리유’와 군무 리더 ‘코리페’, 솔리스트 ‘쉬제’, 제1무용수 ‘프리미에 당쇠르’와 ‘에투알’로 에투알은 전체 단원의 10% 이내에게만 부여되는 최고의 영예다.
350년 발레단 역사의 첫 흑인 에투알이 된 디오프는 발레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아 왔다. 12세에 파리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해 6년간 훈련받았고 2018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5년 만에 쉬제 등급에 올랐다. ‘돈키호테’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에 출연했고 2021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 역을 맡으며 발레계의 신성으로 도약했다. 지난해에는 파리의 오페라 극장인 오페라바스티유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에서 마르샹을 대신해 지크프리트 역을 맡으며 간판 스타 질베르와 함께하기도 했다.
디오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과 일치하는 단어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며 “저에 대한 신뢰에 감사드리고 지명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으며 친구들·파트너·가족들에게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은 현지 언론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피부색 때문에 지명한 것이 아니다”라며 “그의 예술적 자질과 카리스마·잠재력이 선택 이유고 이런 일이 일어나게 돼서 좋다”고 밝혔다. 내한 공연을 마친 디오프는 귀국 후 4월 말부터 모리스 베자르의 작품을 오페라바스티유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