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달 약값만 600만원" 폐암 환자 아우성에 고심 깊어지는 정부

[View&Insight] 3세대 폐암약 '타그리소'

4년 넘게 급여확대 불발된 속사정 들여다보니

임상적 유용성 지적되며 암질심 심의 통과 못해

국민청원 보건복지위 회부·22일 재상정 결과 주목

안경진 바이오부 기자안경진 바이오부 기자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1차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달라는 국민 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폐암 투병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 김모씨는 "2017년 폐암 2a기로 진단되어 수술을 받았는데 4년 6개월 만에 재발했다"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타그리소를 복용한지 3개월 만에 모든 종양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한달에 600만 원이 넘는 약값. 그는 "1년 넘게 타그리소를 복용하느라 약값만 7000만 원 넘게 썼다. 약을 끊을 수도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약값을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암환자와 가족들이 돈과 싸우지 않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타그리소 1차치료에 급여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타그리소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다. 국내에서는 2016년 5월 '이레사, 타쎄바' 등 1세대 TKI를 복용하다 EGFR T790M 돌연변이가 생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치료제로 쓰인다. 2차치료 적응증의 경우 2017년 12월부터 보험급여가 적용되면서 한해 1065억 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활발하게 처방되고 있다. 하지만 김씨처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진단 후 1차치료제로 처방받을 경우 비급여다. 2018년 12월 1차치료 적응증을 추가하고 수차례 급여 확대를 시도했지만 임상적 유용성 문제로 번번이 급여 등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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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70%는 3~4기에 발견된다. 진단 당시 뇌전이 비율이 24%, 시간이 지나면 50%까지 높아지는데 1,2세대 약물은 뇌혈관장벽 투과성이 떨어져 3세대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타그리소는 글로벌 3상임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mPFS종양 크기가 더 나빠지지 않은 채 생존한 기간) 18.9개월을 기록하며 대조군(1세대 약물)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전체생존기간(mOS)은 38.6개월로 대조군대비 6.8개월 연장하며 전 세계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한국인이 속한 아시아인 분석 결과를 보면 mPFS 16.5개월로 대조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타그리소가 4년 넘게 급여 문턱을 넘지 못한 결정적 이유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은 전체 비소세포폐암 중 EGFR 변이가 40~55%를 차지한다. 그만큼 건보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실제 타그리소는 전 세계 65개국 이상에서 1차치료 급여권에 올랐지만 정작 환자수가 많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보험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뒤늦게 1차치료에 보험적용이 된 대만에서는 뇌전이가 있거나 EGFR 활성변이 중 'Exon19 Del'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서만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만 정부가 상대적으로 mPFS 개선 효과가 떨어지는 L858R 변이를 보험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타그리소가 오는 22일 암질심에 재상정된다는 소식에 많은 폐암 환자들이 간절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항암제 신속등재와 평가기간 단축을 약속하면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연일 쏟아지는 고가약과 제한된 건보 재정 탓에 정부의 고심도 깊어다. 타그리소의1차 급여 도전이 또 불발될 경우 남은 희망은 국산 신약 '렉라자'다. 타그리소와 동일한 3세대 약물인 렉라자는 글로벌 임상에서 뇌전이 환자는 물론 아시아인 대상으로도 mPFS 20개월을 넘기며 일관된 종양 억제효과를 입증했다. 2차치료 적응증 보험약가도 타그리소보다 저렴한 편이다. 다만 해당 경과를 토대로 규제 당국으로부터 1차치료 적응증 허가를 받으려면 올 하반기 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하루하루가 소중한 폐암 환자들에게는 기나긴 시간이 될 수 밖에 없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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