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사라져가는 마을을 기록하는 예술… 사비나 미술관 강홍구 개인전

강홍구 개인전 '무인도와 유인도-신안바다2'

사비나 미술관, 3월 7일~4월 23일





지난 7일 서울 은평구의 ‘사비나 미술관’ 앞. 한 무리의 사람들이 커다란 버스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전라남도 신안에서 미술 전시회를 보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신안 사람들’이다. 무려 다섯 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달려서 까지 보고 싶었던 전시는 대체 무엇일까. 바로 17년간 자신의 고향인 신안을 사진으로 찍고, 손으로 그리고, 만들어 붙인 강홍구 작가의 개인전 ‘무인도와 유인도-신안바다2’다.



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으로 한국 디지털 사진 1세대인 강홍구 작가를 선택했다. 작가는 서양회화를 전공했지만 디지털 사진을 찍어 합성하거나 사진 위에 채색 입히는 등 회화적 구성으로 사진을 변형시키는 방식의 작품을 주로 제작한다. 하지만 작가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사진 만이 아니다. 작품의 주요 소재인 ‘신안’은 그의 작품세계의 상징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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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신안군 어의도에서 태어난 작가는 2005년부터 고향 신안을 탐구하며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17년간 신안의 풍경을 찍고 그 위에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신안에 대한 생각을 그리다보니 어느덧 김환기와 함께 신안을 대표하는 예술가가 됐다. 신안사람들이 버스를 대절해 서울까지 ‘미술관 관광’을 온 이유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신안의 수많은 섬을 유인도와 무인도로 구분하고, 그 시간을 기록했다. 신안에는 총 1025개의 섬이 있다. 그 중 72곳은 무인도, 953곳은 무인도다. 작가는 “무인도는 유인도의 과거이자 미래다, 무인도는 한때 유인도 였다가 다시 무인도가 된다”며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신안 바다 모든 곳을 카메라와 붓을 들고 돌았던 17년의 시간은 옛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만재도, 흑산도, 홍도, 안좌도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인도를 그린 작품은 언젠가 ‘신안의 기록물’로 남을 정도로 바다, 하늘, 논밭, 항구, 학교 등 섬사람들의 삶의 터전에서 마주친 다양한 모습을 자세히 담아낸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이 무엇보다 깊이 투영된 작품은 ‘무인도 연작’. 아무도 찾지 않는 무인도는 바다 한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다. 작가는 이 무인도에 실제 하지 않는 존재들, 횃불, 구명보트, 피아노, 야생화 등을 회화로 그린다. 이질적인 존재가 닿을 수 없는 꿈의 장소로 무인도를 현실의 섬과 구분한 셈이다.

사진과 회화 뿐 아니라 오브제 설치도 눈에 띈다. 작가는 신안 촬영 중 신안 바닷가에서 수집한 쓰레기나 소라 껍데기 등을 작품에 걸어놓았다. 수집물은 작가의 기억과 다르게 변화하는 신안 바다의 ‘익숙한 낯설음’을 표현하는 도구다.

미술관은 이번 강 작가의 전시 기간에 강홍구 작가의 드로잉 콜라주를 모티브로 한 교육 프로그램 ‘나만의 무인도 그리기’를 운영한다. 도슨트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하고 무인도 사진 위에 오브제를 붙이거나 그림을 그리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강홍구 작가의 전시는 7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서울 음평구 사비나 미술관 기획 전시실에서 열린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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