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다음 주 러시아와 유럽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연달아 회담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최근 중동 지역 내 영향력 강화에 힘쓰던 시 주석이 외교적 보폭을 한층 넓히려는 모양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다음 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뒤 유럽 국가들을 방문하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비대면 회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만약 보도대로 만남이 이뤄지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국 정상과 우크라이나 정상의 첫 회담이 된다. 러시아와 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이후 6개월 만이다. 동시에 시 주석으로서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국가주석 3연임 임기를 공식 시작한 후 첫 외국 방문을 러시아로 하게 되는 셈이다. WSJ은 시 주석의 러시아·유럽 방문 계획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관련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번 소식은 중국이 최근 중동 지역에서 외교적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날 WSJ는 올해 말 이란과 걸프협력회의(GCC) 등 중동 7개국 간 정상회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구상은 지난해 12월 시 주석이 중동 지도자들에게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간 외교 정상화 합의를 중재하기도 했다. 중재에 힘입어 사우디와 이란은 10일 베이징에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고 상호 대사관을 2개월 내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두 국가의 외교 정상화는 2016년 사우디가 자국 시아파 지도자의 사형을 집행한 사건을 계기로 양국 국교가 단절된 지 7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