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 업계가 일손 부족에 신음하는 가운데 ‘대타’ 인력으로 투입된 외국인 숙련 근로자의 상당수가 기량 미달 판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숙련공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했지만 실제로는 당장 현장에 투입하기 어려워 조선사들이 추가 재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14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입국한 외국인 용접 숙련공 6명에 대한 기량 검증 시험을 했는데 이 가운데 1명만 합격했다. 1차 시험의 경우 평균적으로 30% 정도 통과한다. 탈락한 외국인 숙련공은 재교육 후 다시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낮은 합격률은 다른 신입 외국인 근로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량 시험의 난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 언어 장벽이 있어 재교육이 쉽지 않고 통과 이후 실전 배치를 하더라도 숙련되기까지 수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국내 근로자들은 이미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입사하기 때문에 기량 테스트를 하면 사실상 전원 통과한다. 이는 외국인 숙련공 기준과 국내 실무 기준이 서로 달라 벌어지는 일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에서 인증받은 용접 수준과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필요한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즉각 실전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 규제를 대거 해제한 바 있다. 숙련기능인력(E-7-4) 연간 쿼터도 기존 2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했다. 특히 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은 올해부터 2년 경력 조건이 사라진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숙련도 검증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숙련 외국인 근로자 재교육을 위한 조선 업체들의 비용 투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조선 업계의 추가 필요 인력은 약 1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국내 조선 3사는 1200명의 외국인을 협력사를 통해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통상 테스트는 1주일 단위로 재시험이 있고 첫 테스트의 경우 현지와 국내의 장비와 환경, 작업 조건이 바뀜에 따라 응시 인원의 약 30% 정도만 통과한다”며 “이후 당사 기술지도사들의 지도를 거쳐 2차·3차에 걸쳐 재시험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전원 통과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