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기소) 씨가 김수남 전 검찰총장을 만나 수백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 은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총장으로부터 소개받은 변호사를 통해 총 390억 원의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15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32쪽 분량의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2021년 8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며 수사가 진행될 조짐을 보이자 김 전 총장을 만나 대응 방법을 논의했다. 김 전 총장은 이른바 ‘50억 클럽’에 거론된 인물이다. 검찰은 김 씨가 김 전 총장을 통해 알게 된 A 변호사를 마치 ‘집사’처럼 활용해 390억 원의 범죄 수익을 숨겼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12월 A 변호사가 소속된 법인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A 변호사가 “검찰에 ‘재산을 유출하지 않는 대신 추징 보전을 청구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으나 김 씨는 화천대유로부터 500억 원을 배당받고 수원시 일대 농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대장동 사업과 같은 방식으로 아파트 신축 등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또 A 변호사가 서울지방국세청의 조사가 임박했다고 알려오자 그에게 수표를 인출해 농지를 추가 매입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배임 사건의 공소사실에 거론되지 않은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것과 관련해 2021년 11월~2022년 1월 사이 A 변호사를 통해 ‘정치권 인사’에 걱정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A 변호사는 공소장 내용에 대해 이날 입장을 내고 “의뢰인의 재산 처분 관련 행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사실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변호나 자문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게 좋겠다’ ‘그러한 자금 집행은 배임 등 소지가 있다’ 등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면서 “저를 포함해 ‘등’으로 기재된 부분에는 저와 무관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의 성균관대 후배이자 측근으로 알려진 화천대유 전 대표이사 이성문 씨가 김 씨를 협박해 지난해 23억 5000만 원을 받아낸 사실도 공소장에 기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