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가 스마트 컨트랙트를 제어할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를 의무화한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계약 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체결되는 거래다.
14일(현지 시간)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스마트 컨트랙트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외부에서 원격 조종을 통해 기기를 멈추거나 삭제할 수 있는 킬 스위치 기술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에서는 찬성 500표, 반대 23표, 기권 110표로 가결됐다.
해당 법안은 작년 2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데이터법’의 수정안이다. 데이터법은 EU 내 데이터를 사용하기 위한 의무 등이 명시돼있는 법안으로, 미리 결정된 조건에 따라 거래를 실행하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규정하고 있다. 이번 데이터법 수정안에서는 스마트 컨트랙트에 대한 접근성을 제어하고 영업 및 거래의 기밀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킬 스위치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킬 스위치가 도입되면 거래를 중지하고 재설정할 수도 있다. 필라 델 카스티요 베라 의원은 “상품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 소비자와 기업의 권한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거래 방식이 아닌 사용자에게 더 큰 힘이 주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탈중앙화 금융(DeFi) 시장은 스마트 컨트랙트의 본질 훼손을 지적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 상에서 운영되는 만큼 데이터는 공개적이고 접근 가능성이 높기에 기록 데이터는 변경하거나 조작할 수 없다. 그런데 킬 스위치가 의무화되면 접근성은 물론 이를 관리해야 하는 ‘제3자’가 생긴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상에서 거래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개입할 수 없었던 시장의 기본 원칙을 흐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